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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군(한국군,미군,군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경로

김승국

미국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 계획(GPR: Global Defense Posture Review)에 따라 주한미군 12,500명을 철수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정부의 지연술 때문에 철수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미국의 자발적인 주한미군 철수 계획과 관련되어, 일반 국민은 ‘주한미군 철수 이후의 안보공백’을 우려한다. 이 우려(주1)는 심리적인 안보 불안감과 대미 의존증이 결합되어 나타난 것이지만, 몇 가지 장치를 통하여 불식시킬 수 있다. 즉 안보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하여 ‘합리적 충분성 원칙’을 도입하는 가운데, ‘남북한 신뢰구축/ DMZ의 小 평화지대)’로 나아가면 ‘주한미군 없이도 방위력을 갖출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길 것이다. ‘주한미군 없는 방어력’에 대한 믿음을 통해 미군 철수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면, 주한미군 감축이 더욱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우려’가 불식될 것이다.

1. 단계별 철수

  1) GPR에 따른 ⅓ 감축 (첫번째 철수)

GPR의 목적은, 해외주둔 미군의 양은 줄이되 능력은 제고하는 데 있다. GPR에 따른 주한미군의 ⅓ ‘감축’ 역시 주한미군을 양적으로 감소하지만 질적으로 능력(戰力)을 증강함으로써 대북(對北) 전쟁능력 ・중국 포위능력과 한미동맹을 동시에 강화하려는 게 핵심이다.

여기에서 미국의 자발적인 주한미군 ⅓ 감축이 성취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GPR의 소산으로서 주한미군의 전력 ・북한과의 전쟁능력 ・한미동맹이 강화되는 쪽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요체이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평택으로 총집결한 주한미군이 한국군을 지역 동맹군으로 거느리면서 중국 등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분쟁에 개입함으로써 동아시아의 정세가 악화되는 사태(주2)를 예방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없으면 ‘한국판 GPR(평택으로 주한미군이 총집결함)’과 ‘일본판 GPR(일본의 수도권 ・오키나와에 주일미군기지와 자위대를 총집결시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사령탑을 만든다)’이 일체화(一體化)되는 경향)을 막기 어려울 것이다.

  2) 주한미군 ⅓ 추가 감축 (두번째 철수)

주한미군의 ⅓을 추가로 철수시킨다. 미국의 조야에서도 주한미군 철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5) 여기에 한국민의 주한미군 철수운동이 가세하면 ⅓ 추가 감축도 난망한 목표는 아닐 것이다.

주한미군의 ⅓이 추가로 철수되면 남북한 간의 군축이 상당히 진척되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확고하게 실천될 것이다. 이때 DMZ의 평화지대화를 성사시킴으로써 남북한이 각기 전수방어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그리고 신(新)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한미 간의 호혜평등 관계를 예약하는 게 바람직하다.

  3) 주한미군 ⅓ 추가 감축(세번째 철수)

주한미군의 ⅓을 추가로 철수시킴으로써 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에 진입한다. 미군 없는 한미동맹 관계를 맞이하기 위해 한미우호조약을 준비한다.

2. 주한미군 완전 철수 단계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는, 평화체제 구축의 촉진제 역할을 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철수 완료로 한반도에서 미군의 그림자가 사라졌으므로, 남북 공동안보가 가능해지고 더욱 강도 높은 군축을 진행시켜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굳힐 수 있다. 평화체제를 굳히기 위해 한반도 비핵 지대화와 중립화(오스트리아 방식의 중립화에 이은 스위스 방식의 영세중립화)를 동시에 추진한다.

주한미군의 철수가 완료될 것으로 추정되는 2025년 이후에 한미우호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미국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호관계를 유지한다. 미국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이유는, 평화국가 연합에 대한 미국의 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이 평화국가 연합을 보장한 데 이어 한반도 주변 국가(중국 ・러시아 ・일본)가 추가 보장해주면,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평화국가 연합을 무난하게 승인해 줄 것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평화국가 연합을 보장할 정도로 동아시아에 평화의 기운이 높아지면 동아시아의 평화 공동체를 이룩하는 거보를 내디딜 것이다. 이때 ‘동아시아판 CSCE(유럽안보협력회의)’를 창설하여 동아시아 공동체의 안보부분을 강화하고, ‘Eurasian Land Bridge’ 구상을 실현하기 시작한다.

주한미군의 완전 철수는 이처럼 평화 로드맵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다. 주한미군의 완전철수가 초래할 ‘평화체제 구축의 일파만파(一波萬波)’를 미리 점치면서, 국민과 더불어 ‘평화의 물결(peace wave) 운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3. 외국군이 없는 한반도

외국군이 없는 한반도는 평화 로드맵의 제3단계(통일 단계)를 앞당기는 힘을 배양해 줄 것이다. 외국군이 없는 한반도는 One Corea(연방제 통일을 지향하는 단일한 민족국가)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할 것이다. One Corea를 창출하기 위해 민족방어 개념에 따라 연방제 통일의 안보 패러다임을 결정짓고(제3단계의 전반부에는 무장 연방제를 지향하지만 후반부에는 비무장 연방제를 지향한다), 비핵화(동아시아 비핵 지대화) ・중립화(코스타리카 방식의 비무장 ・비동맹중립)를 동시에 추진한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미군의 그림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미국을 경원시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의 우호조약 체제를 계속 유지하며, 더 나아가 미국 등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를 유지한다. 연방제 통일 국가가 주변 강대국의 평화보장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이러한 노력은 불가결하다.

이처럼 외국군이 없는 한반도는, 통일 단계에 진입함으로써 연방제 통일의 그날을 앞당길 것이다.
(2004.10.16)

*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91~198쪽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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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이러한 우려는 주로 보수 언론(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 우려 사항의 내용은 대체로 다음과 같다. ① 미 2사단이 최전방에서 철수하면 DMZ~서울 북방 지역의 안보공백이 발생한다. ② 이 안보공백을 한국군이 메우는 데 한계가 있다. 안보공백을 메우기 위해 막대한 국방비 증액을 해야 한다. ③ 미군 주둔의 혜택<미군 장비를 한국
군이 사용함으로써 얻는 국방비 경감 요인+미군 주둔에 따르는 경제적 이점(미군 주둔은 한국경제에 대한 안전보장이며 이러한 안전보장이 있기 때문에 해외투자가 지속되고 대외 신인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 미군이 철수하면 이런 이점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이 감소할 가능성이있다. ④ 이러한 상황에서 반미구호를 외치거나 미군 철수를 주장하면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당하는 등 한국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

(주2) 왜 미국은 북한의 위협이 감소하고 있는데도 여전히 한국에 주둔하고 싶어 할까? 미 국방정보국과 국가안보국이 한국에 있는 비밀 전자감시 시설을 이용한 대중국 첩보행위를 계속하길 바라기 때문이라는 것이 한가지 이유가 될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대만을 둘러싸고 중국과 전쟁을 벌일 경우 주한 공군과 육군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셀리그 해리슨 「남북 상호군축 대화 제안할 때」 {한겨레 신문}(2004.7.27)>
심각한 문제는 한국군이 미군이 수행하는 국지전과 대테러전쟁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는 사실이다. 만약 한국이 동북아에서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지전이나 대테러전쟁에 휘말리거나, 굳이 동북아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휘말리는 전쟁에 중국인이 피해를 입거나 중국이 상대편을 지원할 경우 한-중 관계에 심각한 긴장이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동북아 지역에 신냉전구도(한 ・미 ・일 vs 북 ・중 ・러)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처럼 한-미 연합군이 동아시아 기동군으로 편제된다면 상황은 매우 심각해질 것이다.<김근태 의원 발언, {한겨레 21} 514호(2004.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