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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무기(核, 북한 핵, MD)

핵무기 개발 연대

김승국

1. 빈국(貧國)간의 연대

① 북한-파키스탄 핵개발 연대

북한과 파키스탄은 동일한 빈국으로서 동일하게 핵무기 개발에 나서고 있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앓고 있다. 파키스탄의 칸 박사가 이 ‘동병상련의 핵개발 연대’의 끄나풀 역할을 한 것 같은데, 그 내막이 비밀투성이인 듯 공개되지 않고 있다. 칸 박사가 연금되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오히려 ‘북한-파키스탄 핵개발 연대’를 역설적으로 대변한다.

‘북한-파키스탄 핵개발 연대’의 뇌관은, 파키스탄이 1998년의 핵실험 때 북한의 핵무기를 대신하여 폭발시켜 주었다는 ‘설(說)’에 있다.

북한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소문난 김명철 씨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반드시 핵실험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미국적 사고방식입니다. 북한엔 그런 사고방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고도의 정확성을 자랑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핵실험에 성공했다면 그것으로서 충분한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기폭실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그리고 파키스탄이 행한 핵실험은 사실상 북한 핵실험의 대리 실험이었습니다. ‘파키스탄이 북한에 핵기술을 제공하는 대신, 북한은 파키스탄에게 미사일 기술을 제공했을 것’이라는 생각은 틀린 것입니다. 진상은 이러합니다. 파키스탄이 북한에게 핵기술을 제공한 게 아니라, 사실은 북한이 파키스탄에게 핵기술을 제공했던 것입니다. 더욱이 북한은 파키스탄에 미사일 기술까지 제공했습니다”<월간 {말} 2005년 3월호, 66쪽>고 말하며, 북한-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연대를 과시했다.

파키스탄이 북한을 대신하여 핵무기의 기폭실험을 했다는 김명철 씨의 주장에 대한 의혹(주1)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파키스탄의 핵개발 연대’가 상징적 수준인지 실제의 군사협력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북한-파키스탄 핵개발 연대의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북한과 파키스탄은 공통적인 안보환경에 따른 핵무장 동기를 갖기 쉽다. 양국은 강력한 적대국가들(북한의 경우 미국, 파키스탄의 경우 인도)과 대치하고 있다. 이 적대국가들(미국・인도)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북한・파키스탄은 이들 적대 국가들과 전면전쟁을 치루기도 하였다. 그런데 유감스럽게 양국은 세계적인 빈국으로서 재래식 군사력을 지속적으로 건설하기에 충분한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양국은 적대 국가들이 가(加)하는 안보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값싼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2. 반미 연대; 북한-이란의 연대

북한과 이란이 핵문제로 반미 연대를 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이 연초부터 이란의 핵개발을 시비 걸며 이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의 징후를 보이자,

북한이 2005년 2월 10일에 핵무기보유 선언을 함으로써 ‘(대량파괴무기 보유를 빙자한) 미국의 불량국가 섬멸작전’에 혼선을 가져오게 했다. 이러한 정황을 설명할 수 있는 기사를 소개한다:
모하마드 하타미 이란 대통령이 2월 9일 이란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북한의 투쟁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하타미 대통령은 이날 접견에서 “나라의 번영과 통일을 위한 조선 인민의 투쟁에서 큰 성과가 있기를 바란다”면서 이렇게 말하고 “이란과 조선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관계를 가일층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2ㆍ10) 직전에 이뤄진 이번 접견에는 김창룡 이란 주재 북한 대사가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연합뉴스}(2005.2.18)>

북한-이란의 연대는 반미연대의 성격이 강한 정치적인 것으로서, 북한-파키스탄의 군사적인 핵개발 연대와 다르다고 볼 수 있다.(2005.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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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 (2005. 3. 18.)은 다음과 같이 의혹을 제기한다: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 사이트 <글로벌 시큐러티>의 존 파이크 대표가 3월 16일(현지시간) “1998년 파키스탄에서 두 차례 핵실험이 있었으며 그 두 번째 핵실험은 북한이 행한 첫 번째 핵실험”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국내전문가들은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사실 확인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면서도 “문제는 파키스탄이 해줬을 가능성이 있겠냐”며 가능성을 낮게 봤다. 고 교수는 “이는 북한의 문제라기보다는 파키스탄의 문제”라면서 “물론 미사일 기술 교환설 등이 있으나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라 양국간에 실제로 이뤄졌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어 “파키스탄의 핵프로그램이 북한의 핵프로그램과 비슷해 파키스탄의 핵실험 결과를 공유할 수도 있으나 북한의 설비를 가져가서 핵실험을 하는 것은 관련 국가들의 감시가 심한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핵실험은 국제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고 핵보유와 관련해 중요한 조치인데 다른 나라에서 실험했다는 데 근본적으로 의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