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쟁-안보-군사/무기(核, 북한 핵, MD)

핵무기에 대한 인식 Ⅲ: 제국의 핵무기

김승국

동일한 핵무기이지만 제국의 이익을 위하여 핵무기를 배치하면 제국의 핵무기가 되고, 제국에 저항하는 용도의 핵무기는 반제(反帝)의 핵무기이다. 지금 북미간에 제국의 핵무기 對 반제의 핵무기의 공방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미국 제국주의 문명을 반영한 제국의 핵무기 對 주체의 문명이 반영된 반제의 핵무기가 대결하고 있는 것이다. 핵무기 문명의 충
돌이 벌어지고 있다고나 할까?

핵무기는 원자력 공학적으로 보면 가치중립적이지만, 정치적 쓰임새, 즉 제국의 핵무기냐 반제의 핵무기냐로 분별하면 가치 판단이 개입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반제의 핵무기일지언정 뭇 생명을 앗아갈 잠재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악마의 무기임을 모면하기 어렵다.

‘제국의 핵무기 진영(미국 등 핵강대국들)’은 공포의 균형론에 따라 핵무기 체계를 운용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에 비해 고민이 많은 ‘반제의 핵무기 진영’은 핵무기를 제국의 망동(妄動)을 진압하는 데 쓸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되도록이면 핵무기를 없애는 핵군축・비핵화・비핵지대화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단서를 단다. 2 ・10 선언 중 ‘제국(미국)의 북한 붕괴 전략을 한방에 저지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핵무기를 만들었지만 한반도 비핵화의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핵무기를 없애겠다’고 암시한 문맥이 이런 태도를 반영한다.

그런데, 레닌이 말하듯이 ‘한 줌도 안 되는!’ 제국주의자들을 지구촌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핵무기를 사용하다가 지구촌의 멸망을 초래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 된다. 빈대(제국주의자) 잡는 데까지는 좋으나 빈대잡는 수단으로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초가삼간(지구촌)을 태우게 되는 더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이런 고민을 안고 사회주의 진영에서 핵무기 성격론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후르시초프의 집권과 더불어 핵무기 성격론(자본주의와의 평화공존을 염두에 둔 ‘핵무기 성격’에 관한 논쟁)이 대두되었고, 브레즈네프의 제한 주권론에 저항한 고르바초프의 핵무기 성격론(냉전의 강화에 이바지하는 핵무기의 성격변화에 관한 논쟁)이 등장하여, 페레스트로이카에 이은 냉
전의 해체로 나아갔다.

고르바초프의 핵무기 성격론에서 비롯된 냉전의 해체로 말미암아 냉전의 기둥이었던 핵무기도 당연히 지구촌에서 사려졌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핵무기의 유령은 아직도 지구촌을 배회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북쪽 땅에 기거할 곳을 찾고 있다.
그럼 핵무기의 유령이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는 미국의 핵전쟁 대망론을 중심으로 제국의 핵무기를 설명한 다음에 반제의 핵무기를 설명하는 쪽으로 기술한다.<이하 생략>
------
*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138~145쪽을 참조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