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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61)] 자격증 강박증

커피 장사 수기(61)

 

자격증 강박증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바리스타 교육에 관한 전화를 걸거나 상담하러 가게를 찾아온 사람들 대부분이 “자격증과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거기에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발행해주느냐”는 좀 엉뜽한 질문도 있다. 자격증을 발행하지 않는다고 대답하자마자 상대방이 전화를 끊을 때는 짜증이 난다. 
 

이러한 질문은, 자격증과 관련이 있다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다시 생각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자격증과 관련하여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지만, 세상 사람들의 인식이 그렇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자위하면서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생활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각종 자격증을 취득해 놓으면 안심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불안한 ‘자격증 강박증’ 때문에 이런 질문이 많은 것 같다. 일반 주민들도 요즘의 학생들처럼 생존을 위한 ‘스펙 쌓기’의 일환으로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고 싶어 한다. 자격증이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강박증이 나의 바리스타 교육에까지 영향을 준다.

 

 

물론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어서 무언가 자격증을 따 놓으면 안심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자격증이 반드시 필요한 직종이 있고 자격증은 있으나 마나한 직종이 있다. 커피의 경우 자격증 없이 창업할 수 있고 취직(커피숍에서의 알바 포함)할 수 있다.

 

이처럼 커피는 자격증과 무관하다고 사람들(바리스타 관련 질문자들)에게 제아무리 설명해도 잘 먹혀들어가지 않는다. “자격증은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이며, 솔직하게 말하면 커피 관련 사설 협회에서 돈 벌이로 자격증 시험을 치루며 자격증을 남발한다”고 역설해도 귀담아 듣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커피와 관련된 몇몇의 사설기관에서 주관하는 바리스타 자격증 시험장에 응시자들이 쇄도하여 떼돈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응시자 대부분이 자격증 강박증에 걸린 사람들이라면, 강박증을 활용하여 돈을 번다고 말할 수 있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자격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바리스타 시험의 활황(活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이, ‘커피에는 자격증이 필요 없다’는 나의 설득을 늘 압도하므로 나에게 바리스타 교육을 받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만일 자격증 취득과 관련된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한다고 대답하면 현재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바리스타 교육에 임했을 것이다.

 

내가 자격증과 관련되어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므로 바리스타 교육 지원생이 많지 않다면, 이와 달리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자격증과의 관련성을 높이면 어떨까 생각하여 바리스타 시험 예상 문제집을 사서 읽어보기까지 했다. 다른 바리스타 학원들처럼 자격증 반을 만들어 교육생의 숫자를 늘려보겠다는 심산에 따라『바리스타 2급』이라는 문제집을 구입하여 완독했다.

 

그런데 그 책의 대부분은 에스프레소에 관한 것이지 핸드드립은 소홀히 취급했다. 바리스타 시험 자체가 핸드드립을 거의 무시하기 때문이다. 핸드드립 커피가 에스프레소 계통의 커피(아메리카노 등)보다 격(格)이 높은데, 그걸 무시하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에스프레소 계통의 커피에 관한 시험문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게 자격증 시험제도의 맹점이다. 이러한 맹점을 알아차리지 못한 사람들이 바리스타 시험 대비반에 들어가 비싼 수강료를 내고 커피 공부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역설해도, 일반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내재하는 자격증 강박증을 이겨낼 수 없다.(211.11.16/ 2011.12.1/ 2012.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