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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도시-평화 마을/3세계 숍

[커피 장사 수기(60)] 일배 일기(一杯 一技)

커피 장사 수기(60)


 

일배 일기(一杯 一技)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손님들에게 한발 더 다가가기 위한 방편으로 ‘일배 일기(一杯 一技)’를 생각해냈다.
 

‘일배(一杯)’는 한잔이라는 뜻이고, ‘일기(一技)’는 한 가지 기술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일배 일기(一杯 一技)’는 ‘한잔의 한 가지 기술’로 거칠게 해석된다. 이런 해석을 커피 마시는 데 적용하면, ‘한잔의 커피를 마시는데 한 가지 기술이 따른다’로 뜻풀이되고, 커피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한잔의 커피를 제공하면서 한 가지 기술을 가르친다’로 의미가 확장된다. 커피를 제공받는 손님 쪽에서는 ‘커피 한잔을 마시면 커피 내리는 기술(바리스타 기술)을 한 가지 가르쳐준다’고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손님이 커피 한잔을 마셔도 커피 내리는 기술을 가르쳐 주면 손님도 좋고 나도 좋다. 양자(兩者)에 도움이 된다. 아무래도 손님이 한 사람이라도 더 와서 매상을 올리는데 도움이 되고 손님은 기술을 배워서 좋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술의 일종이다. 커피 창작 교실을 표방하는 커피 공방에도 어울리는 아름다운 상술이다.

 

아름다운 상술을 살리기 위해 핸드드립 커피를 한잔 마신 손님에게 원두 10~20그램을 주고, 핸드드립의 기본기를 익히는 방안을 생각해내고 ‘커피 한잔 값으로 바리스타 연습을’이라는 선전문구를 가게 입구에 붙였다.

이 선전문구가 효력을 발휘한 듯, 몇몇 손님이 지나가다가 ‘일배 일기(一杯 一技)’를 화두 삼아 커피를 주문했다. 대체로 재미있는 발상이라는 평가를 손님들로부터 받았는데, 실제로 손님들이 재미를 느끼게 하기 위해 원두 10~20그램을 제공하며 핸드드립의 기본기를 가르쳐드렸더니 참 즐거워했다.(201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