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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

‘한-미 惡法’ 철폐 없이 ‘민족 자주’ 없다

김승국

‘한미 혈맹’이란 짝사랑에 빠져 있는 한국 사회는, 미국이 한국전쟁에 개입한 이후 지금까지 한-미 간에 불평등한 악법(惡法)이 얼마나 존재하는지, 어떤 악법이 있는지조차 모른다. 법을 집행하는 정부가 한-미 악법에 무지할진대 일반 시민이나 매스컴은 오죽하랴.

언론기관의 한-미 동맹 50주년 특집에서 한-미 간의 불평등한 악법을 다룬 글을 본 적이 없다. 이른바 진보인사들도 한-미 간에 소름끼칠 정도의 불평등한 악법이 수두룩한 점을 모른 채 ‘미국 반대’의 구호만 단순하게 외친다. 온 나라가 한-미 간의 불평등한 동맹관계의 법률적 구조(상부구조)인 한-미 악법체제에 무감각하다.

한-미 악법체제는 반통일 지향적인 한-미 동맹관계를 보장하는 원리를 (국제법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공하므로, 이에 대한 불감증이 상존하는 한 ‘민족 자주’는 구두선일 뿐이다. 한-미 악법의 철폐 없이 한-미 간의 대등한 외교, 안보, 통상 관계가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미국의 반통일적인 개입을 제어하는) 민족자주도 평화통일도 언감생심이다.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주적인 북한과의 통일이 불가능한 것처럼, 한-미 악법이 존재하는 한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반통일 체제의 상부구조인 국가보안법과 한-미 악법을 동시에 없애는 국민운동이 절실하다.

한-미 악법(惡法)의 표상인 한미 상호방위 조약을 개폐하지 않으면, 상호방위 조약에 근거한 주한미군의 주둔체제를 근본적으로 재정립하지 않으면, 한-미관계의 수직적(종속적)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전환할 수 없다.

한미 상호방위 조약 자체도 문제이지만 상호방위 조약을 받드는 하위 법률 체계(상호방위 조약 의정서, SOFA, 한-미 간 각종 군사협정, 협약, 각서 등)로 내려가면 기가 막혀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런 법체계를 ‘불평등한 악법’이라 부르는 것은 너무 점잖은 표현이다. 자발적인 노예 문서를 상전인 미국에 바친 ‘악법 덩어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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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12호(2004.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