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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한미동맹의 3단계 변화'

김승국

1. 미군 없는 한미동맹(제1단계)

현재 한 ・미 동맹이 표류하는 현상의 물밑에서 동맹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으며, ‘동맹 표류’ ・‘동맹 강화’의 틈새에서 ‘동맹의 유연화’ ・‘미군 없는 한미동맹’이 거론되고 있다. 그럼 먼저 ‘한 ・미 동맹 표류’ 현상을 기술한다.

  1) 동맹 표류 현상
 
지난 반세기 동안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동맹이라고 평가받아온 한 ・미 동맹이 삐걱거리고 있다. “함께 싸우고 함께 피를 흘려온 동맹” 얘기는 이제 한낱 수사요, 흘러간 옛 노래에 지나지 않는 듯하다. 그렇다고 한 ・미 동맹이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 정치 동맹이라는 의식이 강한 것도 아니다. 동맹 피로, 동맹표류 증세가 보이지만 이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눈에 띄지 않는다. 그만큼 한 ・미 동맹은 안팎으로부터 도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중앙일보}(2004.1.1)>.

한 ・미 동맹 표류의 이유 중 하나가 반미 감정의 확산이다. 반미감정은 미국 비판 ・미국 반대운동의 심리적인 상태로서, 미국 반대운동의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대중들의 미국 비판 의식 ・미국 비판(반대) 운동이 한 ・미 동맹을 표류하게 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김대중 정권 등장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 확산과 무관하지 않다. 노무현 정권 이후 국내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보다 한발 더 나아가 대외정책 ・대외관계 특히 대미관계에서의 민주주의(민주적이고 호혜 평등한 한미관계)를 원하는 여론이 강해졌으며, 이러한 여론이 재야의 자주 ・평화 ・통일 구호와 접점을 형성하면서 미군 철수운동 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미군의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효순 ・미순 양) 사망사건은 국민들 사이에서 강하게 형성되고 있던 반미 감정을 반미운동 쪽으로 실천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두 여중생사망 사건을 통해 한 ・미 동맹 표류 현상이 심화되었다.

  2) 한 ・미 동맹 강화 움직임

한 ・미 동맹 표류 현상에 내심 당황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표류를 막는 수단을 군사적인 방면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9 ・11 사태 미국이 전개하고 있는 ‘반(反)테러전쟁’의 연장선상에서 한 ・미 동맹을 강화하려는 저의가 엿보인다.

한 ・미 동맹 강화 시나리오는 전통적인 한 ・미 동맹관계를 새로운 안보전략 환경의 변화에 맞춰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9 ・11 사태 이후 미국의 「2001 국방기획서」를 통해 제시되었다. 「2001 국방기획서」에 앞서 미 국방부가 작성하여 의회에 제출한 「핵태세 검토 보고서(NPR)」(2002.1.9)에서 미국 부시 행정부는 ‘사전에 위협의 뿌리를 뽑기 위해 기존의 협약에 매이지 않고 도발여부와 관계없이 행동하겠다’는 새로운 군사전략을 선언하였다.

따라서 한 ・미 동맹의 강화론에 따르면, 한 ・미 동맹의 군사적 목표는 한반도의 평화와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나 국제테러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전략에 맞춰 강화된다. 이와 관련된 주한미군 재편방안은 ‘동북아 사령부설치 구상’에 이은 ‘GPR(해외 미군 재배치 구상)’이다. 그러므로 미국 정부는 GPR 등을 통해 한 ・미 동맹을 강화하려고 한다.

  3) 한 ・미 동맹의 유연화

    * 조성렬의 논점
‘한 ・미 동맹의 유연화’ 논의는, 냉전시기에 형성된 동맹의 성격에서 벗어나 남북관계의 개선을 반영하여 단순한 방위동맹을 넘어 새로운 동맹의 규범을 공유하고, 한국의 국력신장에 걸맞은 대등한 동맹관계의 재편을 지향한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과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싹트고 있는 민주주의 의식의 고양은 기존의 한 ・미 동맹관계를 유연화하도록 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미 동맹의 유연화는 탈냉전시대의 도래와 남북관계의 개선이라는 전략환경의 변화와 한국의 국력신장이라는 주 ・객관적인 평가에 기초해서 재구축하게 된다. 동맹의 유연화에 따라 주한미군의 성격과 역할도 북한에 대한 억지에서 지역의 안정자(stabilizer)로 중점을 전환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동맹국 전략을 보면, 유연화되었던 동맹관계가 오히려 경직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조성렬 「21세기 한 ・미 동맹과 주한미군의 장래」, 김일영 ・조성렬 지음 {주한미군}(서울, 한울, 2003) 332~335쪽 요약>

    * 이삼성의 논점
21세기 한국의 안보외교 전략은 유연성 있는 동맹의 정치와 함께 동아시아에서 공동안보 질서를 구축하는 데 창의적 역할을 추구한다는 두 가지 지침에 근거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유연화는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내 물리적 배치에 의존하는 종속적 군사관계 중심으로부터 탈피하여, 양국 간의 정치전략적 정책조율에 중심을 두는 가운데, 한반도와 그 주변의 전쟁과 평화의 문제에 대한 한국 자신의 정치적 책임과 역할이 중요성을 갖는 체제로 변화해 가는 것을 말한다.<이삼성 「한미동맹의 유연화를 위한 제언」 {국가전략} 9권 3호(2003년) 7쪽>
한미동맹이 약화되면 그 공백을 한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으로 메워야 하는 사태가 초래된다는 시각은 객관적 현실의 직시가 아니라, 군사주의 사고방식에서만 불가피한 방정식이다. 미국이 자신의 전략수정으로 인하여 스스로 주한미군을 갑작스럽게 철수시키는 상황이 아니라면, 주한미군의 철수 또는 그와 동반한 한미동맹 유연화는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과정의 일부이자 그 표현이다.<이삼성, 위의 책 17쪽>
한미동맹을 유연화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에서다. 첫째, 한미동맹을 미국 군사력의 한반도 내 물리적인 현존과 동일시하는 개념을 버려야 한다. 한미동맹을 주한미군의 존재와 분리시키는 사고전환이다. 이것은 두 가지 효과를 동반할 것이다. 먼저 한반도의 군사적 상황 그리고 한국군에 대한 미국의 결정력과 지배력이 직접적이고 수직적인 것으로부터 간접적이고 보다 수평적인 것으로 전환되는 토대가 된다.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한미동맹의 제도적 정비가 이루어지는 환경이 조성된다. 또한 주한미군을 전제하지 않는 한미동맹은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을 군사적인 것보다 정치외교적인 접근에 더 많은 비중을 두는 쪽으로 변화하게 만든다. 현재의 한미동맹이 내포한 군사중심적 경직성을 극복하고, 유연한 정치전략적 동맹의 형태로 변화해야 한다.<이삼성, 같은 책, 27쪽>
한미동맹을 유연화한다는 것의 두 번째 의미는 동맹 개념 자체의 유연화를 가리킨다. 한국이 미국과 동맹이면, 미국이나 미국의 동맹국들 이외에 다른 나라들은 가상적(假想敵)이라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한국 외교는 동맹국인 세계와 동아시아에 관하여 미국의 인식과 전략 전술을 한국 자신이 프리즘으로 삼아왔다. 한국의 국방부는 미국 펜타곤의 한 데스크에 불과했다. 미국은 냉철한 자기 이해관계의 계산에 따라 한미동맹을 운영하는 데 비하여,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대하는 태도는 하나의 이념이나 종교와 같은 것이었다. 한미동맹의 문제를 평화를 추구하고 전쟁을 지향하는 한반도의 안보이익이라는 이익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하나의 정의적(情誼的) 차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지배했다. 동맹은 강화될수록 우리 안보에 이롭고 우리는 더욱 안전해진다는 주관적인 ‘동맹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동맹의 안과 밖에 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정립해야 한다.<이삼성, 같은 책, 28~29쪽>

  4) 미군 없는 한 ・미 동맹

조성렬 박사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펼친다.
“한 ・미 동맹이라 하면 반드시 주한미군의 존재가 떠오르고, 주한미군의 존재가 없는 한 ・미 동맹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한 ‘상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한 ・미 상호방위 조약’의 불완전성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주둔이 없는 ‘한 ・미 상호방위 조약’은 불완전한 안전보장 문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 ・미 군사동맹의 요체는 주한미군의 주둔이며, 또한 주한미군이 한국군과 맺고 있는 연합지휘체제라는 것이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미국과의 모든 동맹관계가 반드시 미군의 주둔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미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 일본 및 호주, 태국과 쌍무적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한국, 일본에서와는 달리 호주와 태국에서는 연락단 수준으로 각각 110명, 450명이 주둔하고 있는 수준이다.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는 나토 회원국의 경우에도 모든 동맹국가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처럼 미군의 주둔은 동맹관계의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다.
따라서 현 냉전형 한 ・미 동맹을 ‘미군 없는 정치동맹’으로 재정의한다는 시나리오는 미군의 한국 내 시설의 자유로운 접근, 유사시에 대비한 합동군사훈련, 군사고문단의 체류 등은 보장하되 주한미군은 지상군이나 공군 할 것 없이 완전히 철수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군사기지나 훈련장을 둘러싼 마찰이나 주둔경비의 분담도 필요 없는 한 ・미 동맹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이처럼 굳이 주한미군을 한반도에 주둔시키지 않고 정치적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이 시나리오이다.
이 ‘미군 없는 동맹’의 시나리오는 매우 급진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부시 행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군사전략 변화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김일영 ・조성렬 {주한미군}(서울, 한울, 2003) 335~336쪽>

함택영 교수는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주한미군의 기본임무는 한반도에서의 전쟁억지 역할로부터 동북아의 안정을 보장하는 균형자(balancer)의 역할로 전환될 것이다. 한국방위를 한국군이 주도하고 주한미군이 보조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방위는 미군이 주도하고 한국군이 지원하는 역할분담이 예상된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개선되고 남북한의 화해협력이 진전되어 북한의 위협이 감소되면 한미연합 사령부(CFC)체제의 구조변화와 더불어 주한미군의 역할 및 규모에 대한 재검토가 제기될 것이다. 향후 주한미군의 주둔 여부 및 규모는 한반도 및 동북아의 정세, 한미 양국의 국내 정치경제적 여건과 국민여론, 한국군의 규모 및 전력 등에 의하여 결정될 것이다. 비록 한국이 앞으로 전개될 미 ・중 대결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선택하든가 혹은 중립국이 되어 한미동맹을 종식시킬 개연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주한미군 없는 한미동맹’은 얼마든지 가능한 대안이 될 것이다.”<함택영 「전환기 한미 군사동맹과 자주국방」 {동북아 연구} 제8권(2003) 31쪽>

대미 일변도의 안보협력 관계를 재고함으로써 통일조국의 독자적이고도 평화 지향적인 정책과 철학을 갖추어야 한다. 한국민과 정부 모두의 ‘위기관리’ 체제와 안보외교 능력을 배양함으로써 심리적 ・정책적 대미 의존을 극복하고 군사협력 관계에서 ‘보조적 역할’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특히 전시 작전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정책능력의 배양과 국민의 자주적 안보의식이 요구된다. 나아가 궁극적으로는 ‘주한미군이 없는 한국의 안보’를 구상하고, 장기적으로는 한미동맹의 유용성도 냉철하게 재검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함택영, 위의 논문, {동북아 연구} 제8권 33쪽>

2. 미국과 우호관계(제2단계)

평화 로드맵의 제2단계(평화체제 구축 단계)에서는, 이미 주한미군이 철수한 상태이므로, 미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우호조약을 맺을 수 있다. 북한-러시아, 북한-중국 간의 우호조약에 준하는 한-미 우호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남북한이 주변 강대국과 각기 우호조약을 체결하는 상황이 된다. 이러한 상황은, 남북한 교차승인과 맞물려 평화국가 연합 건설의 시너지 효과를 연출할 것이다.

3. 미국 등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제3단계)

통일을 위한 주변국의 평화보장을 받기 위해서는, 미국 등 모든 외세와 친선관계를 유지하는 통 큰 외교를 전개해야 한다. 통 큰 외교를 통해 ‘동아시아 평화동맹(한-미-일 군사동맹을 대체한 평화동맹)’에 가입하며, ‘동아시아판 EU’를 창설하는 데 앞장선다. 이러한 노력 없이 연방제 통일 국가에 대한 주변국의 평화보장을 원만하게 받아내기 힘들 것이다.(200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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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22~230쪽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