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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전쟁론, 전쟁관

은유(Metaphor)로서의 전쟁

김승국 정리

1. 전쟁과 모의 훈련(Simulation)

오늘날의 전쟁은 ‘복수의 의미에서의 모의훈련(시뮬레이션)’이다. 첫째는 군사적인 모의훈련이다. 둘째는 일상에 있어서 전쟁의 이미지 형성에 관한 전쟁 모의훈련이다. 모의훈련 기술은 군사 기술의 장(場)을 가장 주요한 장으로 개발해 왔다. 항공기의 이착륙 모의훈련(fleight simulation), 미사일의 탄도 모의훈련, 가상적의 전투 모의 훈련 등 원초적인 것 앞에서의 재현과 평가, 충실히 재현된 원초적인 것의 복사에 의한 훈련 등을 요구하는 모의훈련을 생각할 수 있다.<市田良彦 {戰爭}(東京, 新曜社, 1989). 200>

2. 전쟁과 은유

기업전쟁, 수험전쟁, 교통전쟁 등의 말 속에 전쟁의 은유(metaphor)가 깃들어 있다. 한국은 전쟁을 많이 치른 나라이므로 이러한 전쟁의 은유가 발달해 있다. 최근 스포츠 신문의 제목에 ‘핵주먹 날리다’ 등의 말이 남용되고 있다. 전쟁 지향적 ・공격 지향적인 심리가 여과 없이 노출된 말이다.

한국 사회에서 평화의 은유가 전쟁의 은유에 비하여 덜 발달된 이유는 무엇인가? 일반 대중의 평화의식 부족 때문인가? 평화를 위한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아서인가?

전쟁의 은유 또는 은유로서의 전쟁은 우리들에게 무엇을 말해 주는가? ‘싸움은 만물의 아버지이며 왕이다’ ‘존재하는 것은 상반되는 길을 따라 조화를 이룬다’는 헤라클레이토스(Heracleitos)의 잠언(aphorism)은, 인간의 자연상태를 전쟁상태로 보는 홉스(Hobbes)의 형이상학과 상반된다. 루소(Rousseau)와 칸트(Kant)는 전쟁상태를 인간의 사회상태에 불가피한 계기로 삼아, 이 전쟁상태의 안정화 속에서 영원한 평화를 추구한다. 헤겔(Hegel)은, 칸트 등이 말하는 전쟁상태의 추상적인 봉합에 다름 아닌 평화를 ‘정신의 절대적인 융합’ 속에서 사변적으로 지양(止揚)한다. 마르크스(Marx)는 이를 역전시켜 항쟁을 구체화한다. 니체(Nietzche), 하이데거(Heidegger)로부터 후기(post) 구조주의에 이르는 전쟁의 형이상학은 위와 같은 은유의 형이상학적인 담론을 담고 있다.<市田良彦 {戰爭}(東京, 新曜社, 1989). 204>

전쟁의 은유는 2중의 항쟁을 잉태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말의 의미 내용에 포함된 항쟁과 은유라는 언어사용이 지니는 항쟁이라는 ‘2중의 항쟁’을….

3. 전쟁의 은유와 모의훈련

전쟁의 은유로 말하여지는 전쟁의 모의훈련(시뮬레이션). 기업전쟁, 직장전쟁, 가정전쟁, 록 콘서트 ・영화 등에서 반복되는 전쟁의 모의훈련 상황에 주목해 보자. 전쟁의 은유에서 지시되는 ‘일상에 편재된 시뮬레이션 전쟁’이 있으며, 오늘날 그것은 전자 미디어의 매개로 우리들의 지(知)와 신체를 전자 기술적으로 미분화하고 다시 편제한다. 항쟁을 가져오는 지(知)와 기술의 구상 ・숙달. 이는 동시에 새로운 ‘쾌(快)’(美・숭고)를 창출하는 것이며, 여기에 타자(他者)와의 불안한 교차도 출현한다.<市田良彦 {戰爭}(東京, 新曜社, 1989). 204>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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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342~344쪽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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