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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전쟁론, 전쟁관

지각(知覺)의 병참술

김승국

19세기부터, ‘전쟁에 의한 시각의 포획(prises de guerre de la vue)’에 다름 아닌 ‘촬영(prises de vues)’의 발전과 더불어, 그리고 3차원 이미지의 동일성을 2차원으로 규정하도록 되어 있는 해석 코드로 인해, 전장에 대한 새로운 독해가 가능해졌다. … 이제부터 전략은 전달매체의 특수효과를 통해서만 표현된다. … 지휘소의 내벽과 ‘중심 핵’은 이미 이미지의 벽이 되어, 아직까지는 인접해 있는 작전 무대의 격자화된 지도로 뒤덮인다. 그것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대의 움직임을 재생산하는 추상적 위치 탐지의 반복적인 동화(動畫)로 뒤덮여 있다. … 2차 세계대전 동안 지휘벙커 홀과 전쟁 상황실은 반드시 전장에 인접해 있지 않으며, 베를린이나 런던에 있다. 그것은 대형 극장에 견줄 만한 것으로서, 사람들은 그 자체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로 변질된 분쟁이 연출되는 이 공간에 대해 ‘오페라 하우스’라는 새로운 세례명을 부여한다.<폴 비릴리오(Paul Virilio) 지음, 권혜원 옮김 {전쟁과 영화}(서울, 한나래, 2004), 166~169쪽 요약>

이제 실재적 권력은 무기의 병참술과 이미지 및 음향의 병참술 사이에서, 전쟁 상황실과 선전 집무실 사이에서 분유(分有)된다. 아벨 페리(Abel Ferry)가 1914년부터 두려워했듯이, 의회권력은 사라져 버린다. 무솔리니는 “선전은 나의 최상의 무기다!”고 선언한 바 있다 …. 영화의 마법 의식을 기념하러 서둘러 가는 군중들을 관찰한 히틀러는 1938년 어느 날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대중은 환상을 필요로 한다. 그들에게는 극장과 영화관 ‘밖에서의’ 환상이 필요하다. … 나치 ‘생활권’은 비스마르크의 거대한 정치적 기획을 완수하려는 것보다는-물론 그것이 히틀러 연설의 기조를 이루긴 하지만-영화 / 스크
린의 차원들을 전 유럽 대륙의 차원으로 확대하여 모든 표면들을 서로 마주보게 하고자 하는 것이었다.<폴 비릴리오 {전쟁과 영화}, 173~175쪽 요약>

히틀러는 자신의 정치적 프로젝트를 실현하기 위해서 영화감독들과 연예계 사람들(hommes de spectacle)을 필요로 한다. … 루스벨트가 미국의 산업적 생산 기계를 재가동시키기 위해 뉴딜 정책과 더불어 라디오와 영화에 기대어 ‘국내 시장 전쟁’을 정비하는 동안, 히틀러는 초대작(super-production)으로서의 전쟁을 재개하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수백만 명의 독일 실업자들을 무대에 올린다.<폴 비릴리오 {전쟁과 영화}, 173~175쪽 요약>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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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340~341쪽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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