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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 만들기의 대안

한반도의 평화와 Eurasian Land Bridge

김승국

Eurasian Land Bridge에는 철도만 들어 있지 않다. 유라시아 횡단 고속도로도 해당된다. {매일경제}(2004.4.23)에 따르면,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32개국을 연결하는 아시아 고속도로(Asian Highway) 구축 프로젝트가 2004년 4월부터 정부 간 협정을 통해 본격화되었다. 아시아 고속도로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32개국을 연결하는 고속도로망 구축사업으로 55개 노선, 총연장 14만 킬로미터로 구성될 예정이다. 1번 노선(AH1)은 일본~부산~서울~평양~신의주~중국~베트남~태국~인도~이란~터키 등으로 이어지는데 일본 도쿄를 출발해 후쿠오카항을 거쳐 페리선으로 부산항에 연결되며 경부 고속도로를 통해 평양, 중국 등과 이어지는 노선이다. 한국에서 출발하는 6번 노선(AH6)은 부산~강릉~원산~러시아(핫산)~중국~러시아 등으로 이어지며 부산에서 출발해 동해안 7번 국도를 거쳐 러시아로 연결된다. 그러나 국경통과 문제
등이 매듭 지어지지 않아 아시아 고속도로를 통한 교류가 언제 이루어질지는 속단하기 어렵다.<필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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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한국은 대륙과 해양을 잇는 이른바 반도적 ‘랜드브리지(land bridge)’로서의 지정학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채 국가적 번영의 명운을 해양에서 찾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새 천년의 여명과 함께 한국은 냉전시기 강요된 해양세력의 부속물에서 벗어나 유라시아 대륙의 당당한 일원이 되는 경제적 기회와 민족적 웅비의 거대한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2000년 6월 13일 역사적인 평양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이 상호 적대와 대립에서 벗어나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였기 때문이다. 남북한 정상은 민족공영과 평화공존의 상징적 차원에서 단절된 경의선 철도 복원을 약속하였고 2004년에는 동해선 북부노선 연결에도 합의하였으며, 그리하여 목하 휴전선 동서 양 방향에서 끊어진 민족의 대동맹 복구공사가 한창이다. 경의선 및 동해선 복원과 관련하여 최근 국내외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이슈가 있다면, 그것은 아마 남북한 철도 즉 한반도 종단철도(TKR)와 중국, 몽고, 러시아를 관통하는 동북아 간선철도망의 통합적 운용을 통해 유라시아 간 국제적 육상운송 시스템을 구축하는 이른바 ‘철의 실크로드’ 구상일 것이다. 철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단순히 물류로 이해되는 경제 일원론적 관점에서만 파악할 수는 없다. 한국에게 이 문제는 동북아 물류 중심국가 건설 차원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구도 정착을 위한 군사 ・안보적 차원, 대북 경협 증진과 북한의 개방을 위한 통일외교 차원, 냉전기 잃어버린 대륙적 정체성 회복 차원, 지역 간 경제력 격차를 시정하기 위한 국가의 종합발전전략 차원, 동북아의 경제통합을 위한 지경학적 차원, 역내 세력균형을 위한 전략적 차원, 한국의 국제적 리더십 확대를 위한 지정학적 차원 등을 아우르는 다면적인 수준에서 검토되어야 한다.<홍완석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 국제화의 정치 ・경제적 합의와 한국의 전략적 선택」 {국제지역연구} 제8권 제1호(2004년 4월) 56~58쪽 요약>

남북한을 가로질러 유럽으로 이어지는 철의 실크로드 완성이 한국에 주는 함의와 기대효과는 무엇인가? 첫째는 남북한 분단의 상징성 극복과 군사적 긴장 완화이다. 남북한 철도의 복원은 단순히 비무장지대(DMZ)의 철책을 걷어내고 절단된 국토를 물리적으로 연결한다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냉전의 벽을 허문다는 상징성 이외에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에 순기능으로 작용하여 한반도에 평화와 안정을 담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둘째는 남북경협의 활성화
와 통일비용의 절감이다. 경의선 ・동해선 연결은 남북 간 직교역로 확보를 의미한다. 남북한 간의 교역이 기존의 컨테이너 해상 수송에서 육로수송으로 전환됨으로써 물류비 절감과 수송기간 대폭 단축 효과를 가져다주는 것은 물론이고 교역의 확대와 함께 개성공단 건설 등 남북간 경협 활성화에도 획기적 전기를 제공할 것이다. 특히 남측의 우수한 기술과 자본력, 북측의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이 결합하면 생산과 판매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어 민족경제의 균형적인 발전을 도
모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통일비용을 줄여주는 데 기여할 것이다.<홍완석, 위의 책, 64~65쪽>

이와 같이 Eurasian Peace Bridge로서의 철의 실크로드는 한반도 평화구도의 정착을 예약하므로, ‘Eurasian Peace Bridge’ 구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더 나아가 ‘한반도의 평화-Eurasian Land Bridge’와 관련하여 선구적인 연구를 해온 라루쉬 그룹(EIR)의 발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라루쉬 그룹이 펴내는 {The New Federalist}紙(2004.1.12)의 기사 「‘Economy First’ Silk Road Policy Key to Peace on Korean Peninsula」를 요약한 내용이다:
EIR(Executive Intelligence Review)의 편집장이자 미국 민주당계의 대통령 후보인 린든 라루쉬(Lyndon H. LaRouche)는, 도쿄에서 부산을 거쳐 파리로 이어지는 유라시안 대륙횡단 철도, 즉 ‘철의 비단길(Iron Silk Road)’을 건설함으로써 북한 핵 위기를 해소하자는 새로운 ‘6강(Six Power)’ 계획을 제시했다.
2003년 3월 28일 워싱턴에서, 남한의 외무부장관 윤영관은 미국 국무부장관 콜린 파월에게 6강 계획, 즉 6자 간 협력안을 제안한 바 있다. 미국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였고, 4월 9일에는 오히려 UN 안전보장 이사회가 북한을 비난하도록 요구하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의 그러한 조치를 거부하였다. 그 후, 남한의 국가안전보장회의 수석 보좌관 나종일 박사는 6강 계획을 베이징과 모스크바에 설명하고 협력을 구하였다.
그 결과, 러시아 국방장관 세르게이 이바노프는 2003년 4월 10일 러시아 ・중국 ・남한 ・미국 ・일본이 북한에 대해 다자간 불가침 ‘6강’ 협정을 맺자고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이바노프는 서울에서 “러시아는 북한 정권의 안전을 미국 ・중국 ・러시아가 (기타 관계국과 함께) ‘교차적으로 보증’하는 데 참가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했다. 주요 핵 강국이 북한의 안보를 보장하는 데 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대표단은 또다시 교착상태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는 마치 두 귀머거리가 서로에게 고함을 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회담들은 실패가 확실한 예행연습에 불과하다.
우리가 지금 북한에 대하여 하는 행위는 효과가 없음이 분명하다. 워싱턴의 극단주의자들이 위협을 가할 때마다, 그것은 단지 북한의 (온건파) ‘근대화론자’들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핵무기를 고집하는 평양의 (강경파) ‘군국주의자’들의 노선을 강화시킬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루쉬는 이에 완전히 새로운 접근법을 제의하고자 한다.
라루쉬는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에 의해 채택된 바 있는 철의 비단길 계획의 ‘할아버지’이다. 라루쉬는 이 아이디어를 1981년부터 구상하여 왔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을 때, 라루쉬는 동서 유럽의 철도노선을 새로 연결하는 ‘동서유럽 대륙횡단 철도(East-West European Landbridge)’를 제안한 바 있다. 그는 자기부상(磁氣浮上, Magnetic Levitation) 열차 및 새로운 고온 가스 냉각 원자로(HTGCR) 핵발전소 등 최첨단 신기술들을 도입하자고 제의하였다.
라루쉬는 이어 1992년 ‘새 비단길(New Silk Road)’로 알려진 ‘유라시아 대륙횡단 철도(Eurasian Landbridge)’를 건설하면서 첨단기술을 대거 확장하자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대 인프라 사업(mega-project)’을 추진할 경우 막대한 수요량을 감당하기 위해 광범위한 분야의 차세대 테크놀로지를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새 비단길 계획은 남한과 일본이 ‘퇴락하고 있는 산업의 국내 기반’을 한 단계 고양시키는 촉진제가 될 것이다.
이제 이러한 계획에 기초하여, 라루쉬는 한반도가 처한 상황에 대해 새로운 ‘대담한 제안’을 하고자 한다.
라루쉬는 우선, 남북한 간 협상 당사자들에게 현재의 접근 방식, 즉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 간의 해묵은 분쟁과 협상에서 보듯이 ‘실패하기 위한 묘책’만을 거듭하는 악순환의 대결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제언한다. 반세기가 넘도록, 이스라엘과 PLO는 형식적 절차와 군사적 문제(무기감축 조약)를 앞세우는 반면에 경제개발 의제는 부차화함으로써, 갈등 해소에 실패해 왔다.
여기에서 라루쉬는 경제개발(산업기반의 현대화를 통한 경제개발)을 우선하자고 제안한다. 전쟁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된 적이 없고, 오로지 해당 국가들을 ‘경색’시켜 스스로 변화하기 어렵게 만들 뿐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중국의 경우와 같이 북한 내부의 과학자들과 근대화론자들의 힘을 강화시켜 그들이 자체적으로 북한을 개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의 관건은, 최고도의 기술을 사용하여 북한의 全 산업구조를 개조하는 것이다. 북한의 한 지역에 걸쳐 철도를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히 효과적이지 못하다. 라루쉬는 철도를 따라 폭 50~100킬로미터 상당의 새로운 송전설비, 핵발전소, 급수 시설, 가스관 및 송유관, 그리고 신도시 등이 병행하여 추진되는 대규모 개발 지구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중국의 개혁은, 2002년 12월 31일 지구상 최초의 상업용 자기부상(MagLev)열차 노선을 푸동에서 상하이까지 개통시킨 놀라운 사실에 의해 입증되었다. 확실히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과 같은 성공적 변혁을 자신도 달성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계속하여 김정일 위원장을 억제하여 곤경에 빠트리는 한, 그리하여 북한 내부의 강경파들에게 득세의 구실을 주는 한, 그는 개혁을 시도하지 못할 것이다.
북한 문제에 관하여 미국이 경제개발을 진지하게 고려한다면, 미국은 러시아 ・중국 ・일본 ・남북한에 대해 한국전쟁을 종결짓기 위한 조약에 서명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이 제안은 북한 내부의 ‘현대화론자(modernizers)’들을 강화시킬 수 있어서, 결국 평양의 강경 매파들을 약하게 만든다.
미국이 ‘6강(Six Power)’에 의한 새로운 비단길을 거부한다면 미국을 제외한 5강만이라도 이 ‘철의 비단길’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일본 ・중국 ・러시아 ・남북한이 평화조약을 맺고 철도 운행을 개시한다면, 그 누구도 감히 개입하지 못할 것이다.
(20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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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242~247쪽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