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문헌 속의 ‘평화’ (2)
요임금도 다른 나라를 정벌하려는 집념이 강했다
김승국(평화활동가)
장자(莊子)가 지은『莊子』「제물론(齊物論)」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故昔者堯問於舜曰:「我欲伐宗、膾、胥敖,南面而不釋然。其故何也?」舜曰:「夫三子者,猶存乎蓬艾之間。若不釋然,何哉?昔者十日並出,萬物皆照,而況德之進乎日者乎!」
위의 문장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요임금이 순(순임금)에게 물었다. “내가 소국인 종(宗)과 회(膾), 서오(胥敖) 나라를 정벌하고자 남면(南面)하였지만 마음이 석연치 않네. 그 세 나라가 나의 통치에 따르지 않으니 어찌된 일인가?” 순임금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 세 나라는 쑥대밭 사이에 있는(발달하지 못한)’ 후진국인데 신경 쓸 필요가 이디에 있겠습니까? 옛날에 열 개의 태양이 하늘에 떠서 만물을 고루 비추면서도 서로 방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폐하의 덕이 바로 그 태양처럼 광활하고 위대하거늘 무엇이 석연치 않으십니까?”
공자를 비롯한 유가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를 행한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요임금의 정벌 욕구를 빗대어 비판(유가의 성인정치를 비판함)한 장자의 취지가 위의 글 속에 내재하고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요임금 같은 위대한 성인조차 다른 나라를 정벌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전쟁욕구를 불태웠음을 알 수 있다. 제아무리 성인이라도 정치지도자가 되어 국가를 경영하면 정벌•전쟁에 대한 집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성인도 그러할진대 보통의 정치지도자는 오죽하겠는가? 전쟁•정벌 욕구(欲伐)가 없는 정치체제•국가란 없는 것일까? 국가는 정벌•전쟁지향적인 폭력집단일까? 노벨 평화상을 받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직도 중동지역에서 전쟁의 끈은 놓고 있지 않은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오바마 정부가 벌이는 전쟁과 요임금의 정벌욕구 사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2015.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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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자료;
왕 노릇하는 자는 반드시 하늘의 곳간{天府}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없음과 하나가 될 때 육합{六合} 안의 인간세를 다스릴 수 있다. 요임금은 그렇지 못하다. 그의 마음은 다른 나라를 꼭 정복하겠다는 집착으로 꽉 들어차 있어 마음이 옹졸해졌다. 마음이 어떤 하나의 목적에 집착하여 그리로만 치달려 가면 시야가 좁아진다. 덕이 좁은 것이다. 만약 그 덕이 광대하다면 그 덕으로 세 나라{宗•膾•胥敖} 정도를 포용할 수 없겠는가? <출처; 감산덕청 지음, 심재원 역『장자, 그 禪의 물결』2012,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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