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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중립화, 영세중립

영세중립ㆍ중립화 통일의 길 (51) --- 한반도 중립화 통일의 이행 (12)


김승국


국제적인 보장


영세중립을 해석함에 있어서 제기되는 문제들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논쟁적인 문제는 보장에 관한 문제이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중립 보장국가들이 그들의 조약상의 의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흔히 나타나는 자발성의 부족이다. 만약 중립조약이 마음대로 조약국에 의해 거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영세중립은 붕괴되고 말 것이다. 영세중립이 어디에서 설립되든지 간에 그 중요 목적은 보장국 간의 질투와 침략을 제거하는 데 있었다. 영세중립은 중립을 보존하고자 하는 국가들 간의 상호 보장하에서만 가능한 것이다.(황인관, 17~18)


한반도 중립화에 대한 국제적인 보장 문제는 단순한 서류상의 보장체제와 형식의 의미를 훨씬 넘어 21세기 평화체제 및 통일문제의 성격, 전도, 경로, 귀결과 너무나 중요하게 직결되어 있다. 그러면 국제적인 보장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받을 것인가?


먼저 국제보장의 주체는 ① 유엔인가 아니면 기타 강대국들인가? ② 미 ‧ 중인가? ③ 미 ‧ 중 ‧ 러 ‧ 일인가? ④ 먼저 미ㆍ중이 한반도 중립화 통일을 보장한 뒤에 러ㆍ일이 보장하는 2중장치를 둘 것인가?


둘째 보장방식은 어떠해야 하는가? ① 남북한과 동등한 당사자 자격인가(공동서명, 정전협정과 같은 방식)? ② 별도의 부속의정서(additional protocol) 채택을 통한 보장인가? 아니면 ③ 보증인의 자격으로 하기서명(postscript)인가? ④ 입회인으로서의 단순한 추인(endorse)인가? 현재로서는 미 ‧ 중 참여의 하기서명 방식이 가장 유력하고 합리적인 보장인 것 같다.


필자가 이미 제시한「평화 로드맵」의 3단계 보장을 참고하면서,「한반도 중립화 통일 이행표」의 단계별 보장을 생각하면 좋을 듯하다.「평화 로드맵」의 제1단계에 남북 평화선언 ‧ (남북한+미국의) 평화협정에 대한 보장을 받아내는 것으로 상정했다.「평화 로드맵」의 제2단계에는 평화국가 연합에 대한 보장을, 제3단계에는 통일 국가에 대한 보장을 얻는 게 바람직하다.


이와 같은 보장을 단계별로 받아내면서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준비하면 좋을 듯하다. 그런데 중립화 통일을 위한 국제적인 보장에 앞서 남북한 교차승인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남북한 교차승인이라는 기초공사를 하지 않은 채 중립화 통일을 위한 국제적 보장을 요청할 수 없다. 남북한 교차승인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중립화 통일 이행표의 제1단계로 남북한 교차승인을 넣었다. 그러면 남북한 교차승인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기술한다.  


1. 제1단계; 남북한 교차승인(김승국, 248~251)


냉전체제하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미국과 일본을 한편으로 하고 중국과 소련을 다른 한편으로 하여 주변 4국이 동시에 남북한을 교차적으로 승인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남한이 이미 중국 및 러시아와 국교정상화를 수립한 상황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미국과 일본의 대북수교가 성사됨으로써 결과적으로 주변 4국이 모두 남북한과 국교를 수립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북⋅미 수교 및 북⋅일 수교로 인한 남북한 교차승인은 고전적 세력균형 체제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사안별 협조체제를 지향하는 협력적 동북아 질서 형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남북한 교차승인 이후 4대국이 남북한에 대해 경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함으로써 동북아에서 상호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세력균형 체제의 모습이 나타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한반도에서 남북한을 양축으로 한 적대적 동맹관계의 대립적 요인이 약화됨으로써 다양한 형태의 안보협력이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안보협력은 동북아 협력 체제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 교차승인은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를 심화시키고 주변 4국의 남북한 등거리 정책을 촉진시킬 것이다.(주1)


북⋅미 수교가 어떤 시점에서 어떤 양상으로 실현되느냐 하는 것은, 합의도출이 어려운 사안들이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달려있다. 이 가운데서도 가장 해결되기 힘든 현안인 과거[북한] 핵(核) 투명성 문제, 평화체제 전환, 미사일 협상이 어떤 양상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서 북⋅미 수교의 시기와 형태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핵심현안들이 해결되는 양상에 따라 북⋅미 수교 유형은 ‘완전 타결’ ‘현안 해결 없는 수교’ ‘부분 타결’로 구분될 수 있다.


북⋅일 수교협상을 통해서 드러난 쟁점은 북한의 관할권 문제, 과거역사 인식 문제, 일본의 패권추구 포기 등 국교수립의 기본문제와 경제적 보상문제, 북한 핵개발 문제, 일본인 처 방일과 일본인 납치 문제 등이다. 그리고 1992년 11월 북⋅일 수교협상이 중단된 후, 북한 미사일의 위협문제, 미⋅일 신안보 협력 지침 문제 등이 양국 현안에 추가되었다. 이 가운데서 북한의 관할권 문제, 과거역사 인식 문제, 일본인 처 방일, 경제적 보상 문제 등은 비교적 합의 도출이 용이한 사안들이다. 반면, 일본인 납치문제, 북한 핵 동결, 북한 미사일의 위협문제 등은 합의 도출이 용이하지 않은 사안들이다.


북⋅일 수교는 양국 간 현안 이외에도 북⋅미관계, 남북관계 등 주변국 여건과 북한 핵 문제, 미사일 문제 등 안보 전략적 차원의 문제로부터 영향을 받으며 전개될 것이다. 특히 일본인 납치 문제, 북한 핵 동결과 미사일 위협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느냐에 따라 북⋅일 수교 협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보면 북⋅일 수교는 수교협상 과정에서 논의되었던 세부적 현안보다 국제안보 이슈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안의 해결양상에 따라서 북⋅일 수교 유형은 ‘완전 타결’ ‘현안 해결 없는 수교’ ‘부분 타결’로 구분될 수 있다.


[이렇게] 남북한 교차승인 구도에서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문제이다.


북⋅미 수교가 한반도 안보와 관련해서 미칠 중요한 영향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과 한⋅미 동맹, 주한미군의 위상 및 역할 등의 문제에 대한 것이다.


남북한 교차승인 후 남북 평화공존을 정착시키고 남북한과 주변국간 경쟁과 갈등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질서의 안정화가 필요하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적 성격을 감안할 때, 동북아 질서의 안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남북평화 공존이 정착되기 어렵다. 설혹 남북 화해⋅협력이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안정적 국제환경이 존재하지 않을 경우 이것은 매우 불안정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남북한 교차승인은 동북아 및 한반도 차원에서 역학관계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동북아 차원에서 남북한 교차승인은 주변 4국이 한반도에서 다차원적으로 상호 연결되는 세력균형 관계가 형성됨을 의미한다. 주변 4국의 남북한 교차승인은 동북아 냉전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 결과 남북한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동북아 냉전구조가 해체되고 주변 4국과 남북한이 복잡한 양자 및 다자관계를 형성하는 동북아 신질서가 형성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개선과 교차승인 구도의 완성 이후 주한미군의 주둔 문제가 등장할 것이다. 또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북⋅일 관계 개선, 나아가 북⋅미- 북⋅일 수교가 이루어질 경우 딜레마에 빠지게 되는 것은 한-미-일 공조의 지속문제이다. 북⋅미-북⋅일 관계 개선 이후에도 한-미-일 공조체제의 유지가 필요할 것인가?(주2)


위와 같은 교차승인 구도가 완성된 뒤 4대 보장국가들(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이 한반도의 중립화 통일을 보증하는 준비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보장할 준비가 완료되면, 4대 보장국가들은 중립화 통일 국가의 중립ㆍ비동맹을 승인하고 한반도ㆍ동아시아의 평화에 크게 기여할 중립화 협정에 서명해야 한다. 4대 보장국가들은 중립화 통일국가의 독립ㆍ영토통합을 보증해야 하고, 외국군대ㆍ병력을 한반도 안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되며 외국 기지나 외국군대의 시설물을 건설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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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주1) 박종철『남북한 교차승인 전망과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방향』(서울, 민족통일 연구원, 1998) 1~4쪽 요약.
(주2) 조성렬「남북한 교차승인과 주변 4강의 한반도 정책 변화」『정책연구』136호(2000년 가을⋅겨울) 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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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용 자료>
* 김승국『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 황인관 지음, 정대화 옮김『중립화 통일론』(서울, 신학문사,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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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