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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교육/토론 교육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토론 자료


김승국


북한의 핵문제를 에워싼 논쟁점을 드러냄으로써 북한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우선 북한의 핵개발과 관련된 논쟁점을 아래와 같이 소개한다.


Ⅰ. 논쟁점


  1. 형평성의 문제

    1) 요점; 강대국들은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서 다른 나라의 핵무장을 금지하는 국제체제에 문제가 있다.

    2) 설명; 현재 지구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강대국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모두 핵무기 보유 국가이다. 이들 5개 핵 강대국 중심으로 다른 나라들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기 위해 만든 틀이 NPT(핵확산 금지 조약)이고, 이를 실행하는 핵무기(핵물질) 검증기관이 IAEA(국제 원자력 기구)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기득권을 가진 세력으로서 IAEA의 사찰대상에서 면제되고, 이 밖의 국가들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면 엄혹한 사찰을 받는 구조에 문제가 있다. 핵무기를 가장 많이 가진 강대국은 자유롭게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데, 강대국 대열에 끼지 못한 국가들은 핵무기 보유의 자유(?)가 허용되지 않는 ‘형평성 상실’의 문제가 있다.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하는 현실주의 입장에서 보아도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는 눈감아 주면서 이란‧ 북한의 핵개발은 한사코 저지하는 불공평성이 문제이다.



  2. 북한 핵개발의 배경에 관한 논란

    1) 요점; 벼랑 끝 외교를 펼치기 위해 북한이 핵개발 했다는 설(說), 북한의 생존을 위한 극약처방으로 핵개발 했다는 견해, 붕괴직전의 북한이 이판사판으로 핵무기를 개발하여 미국을 향해 대륙간 탄도탄을 쏘려고 한다는 견해 등이 상호충돌하고 있다.
 
    2) 설명

      ① 벼랑 끝 외교

주로 조중동의 보수언론에서 주장하는 견해로서, (북한을 죽이려는) 미국을 벼랑 끝으로 내몰아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저의가 있다는 것이다. 논개가 적장(敵將)을 껴안고 남강의 푸른 물에 빠져 동반자살 했듯이, 북한이 미국을 껴안고 핵무기의 바다에서 동반자살 하자는 무시무시한 발상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탄(ICBM)을 개발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거나 인공위성 발사를 계속하는 것은, 논개처럼 적장(미국)을 유인하기 위한 것일까?
       
      ② 국가 생존을 위한 극약처방

한국전쟁 이후 50년 이상 미국의 북한 목조르기, 북한 죽이기, 북한 붕괴 전략에 대응하느라 끝없는 군비확장을 했으며, 이에 따라 북한은 가난한 나라로 전락했다. 따라서 이러한 질곡을 단숨에 뛰어넘는 극약처방은 ‘경제적인 핵무기(국방비를 줄여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이다.
 
핵무기 단 한방으로 (북한을 위협해온) 한-미-일 동맹을 꼼짝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채 고슴도치처럼 웅크리고 있으면 감히 어떤 나라도 건들이지 못한다. 핵무기 한방으로 미국의 위협을 날려버릴 수 있다.
 
핵무기를 보유하면 다른 무기를 많이 보유할 필요가 없어서 국방비를 절약할 수 있고, 국방비 절약한 예산을 경제발전 쪽으로 돌려 인민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핵무기를 갖고 있으면 한-미-일 동맹의 추격에서 벗어나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미국의 위협에서 벗어나고 경제도 발전시킬 수 있는 ‘1석2조의 핵무기’를 통해 북한의 생존을 도모하자는 전략인 것 같다.        


  3. 북한 핵개발의 원인

    1) 요점; 북한 핵개발의 근본적인 원인이 ‘국제사회에 있다’ ‘미국에 있다’ ‘북한 내부에 있다’는 견해로 나뉜다.

    2) 설명

      ① 국제사회에 있다

제3세계 반미국가들이 국제사회(미국 중심의 서방세계)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비용 고효율의 수단’으로 값싼 핵무기를 개발한다. 특히 ‘악의 축’ 국가로 낙인찍힌 국가들이 국제사회에 도전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힘의 과시용으로 핵무기 개발을 선호한다. 
     
      ② 미국 쪽에 있다

제3세계 반미국가들이 개발한 핵무기는 국제사회의 맹주인 ‘제국’ 미국(미국이라는 제국)을 겨냥한 것이다. 북한 역시 미국을 향한 대륙간 탄도탄 개발로 맞서며 미국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대륙간 탄도탄이 미국 쪽으로 날아갈지 모른다는 경고만으로도 미국을 6자회담의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다. 이렇게 큰 외교적인 효과를 나타내는데 핵무기 개발을 기피할 이유가 없다. 군사적인 측면에서 보면 지금까지 수십 년간 한-미-일 동맹의 북한 협공을 저지하기 위해 엄청난 국방비를 염출했는데, 값싼 핵무기 한방을 개발하면 국방비의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

      ③ 북한 내부에 있다

기아 문제로 허덕이는 북한인민의 불만을 대외로 전가하는 수단으로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 핵무기 한방으로 북한의 적(敵)인 미국과의 한판 승부를 전개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통 큰(광폭) 외교전략이 인민들을 감동케 한다. 북한 핵실험 직후 북한 인민의 열렬한 지지를 끌어낸 통치술, 즉 ‘극장식 통치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천출명장(天出名將) 김정일의 ‘극적으로 미국위협 뒤집기’ 전략을 통해 국가의 안전을 도모한다.    


Ⅱ. 본격적인 토론을 위한 판단 자료

지금까지 세 가지 논쟁점(형평성, 북한 핵개발의 배경ㆍ원인)을 중심으로 토론을 위한 준비 작업을 완료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를 위한 판단자료를 아래와 같이 제공한다. 이 판단자료들을 읽고 심층적인 토론을 전개하기 바란다.


<판단자료 1>


미국이 가장 증오한 제3세계의 지도자인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가 공개석상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1986년 미국이 트리폴리를 공습했을 때 만약 뉴욕을 사정거리로 하는 미사일이 있었다면 쏴버렸을 것이다. 아랍 국가들은 향후 20년 안에 억지력으로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리비아도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일을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이런 힘을 가져야 한다.”


카다피의 이 발언은 김정일 위원장의 심정을 대변하고도 남음이 있다. ‘만약 뉴욕을 사정거리로 하는 미사일이 있었다면 쏴버렸을 것이다’는, 북한을 비롯한 제3세계 반미국가(부시가 말하는 ‘불량국가’) 지도자들의 정서를 대변한다. ‘미국이 우리를 공격하는 일을 꿈조차 꾸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핵무기를 억지력으로 가져야 한다’는 카다피의 절규가 한반도 북녘 땅에서 메아리치고 있다. ‘아랍 국가들은 향후 20년 안에 억지력으로서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요청에 부응하듯 파키스탄이 아랍의 대표선수로 핵무기를 보유했고, 이라크는 핵무기 보유의 꿈을 꾸다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이란도 핵물질을 만지작거리는 도중에 미국의 강력한 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렇듯 미국을 보란 듯이 한방 먹일 ‘핵무기 보유’를 열창했던 카다피는, 미국과의 물밑협상을 통해 핵무기 보유의 꿈을 접었다. 꿈을 접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향하여 “너희들도 핵무기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며 리비아식 핵포기의 수용을 권유하고 있다.


이처럼 리비아의 트리폴리에서 북한의 평양까지 이어지는 제3세계의 핵무기 개발 전선의 쌍곡선을 면밀하게 관찰해야, 제국의 핵무기에 대한 제3세계권의 대응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카다피의 발언은 인류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 핵무기 개발을 공공연히 촉구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호전적 발언은 최근 동서간의 평화 분위기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제3세계 국가들이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현상의 배경을 정확히 설명해주는 것이다. 1986년의 공습으로 사랑하는 양녀를 잃었기 때문에 “만약 핵무기가 있었다면 미국 놈들이 감히 이러지 못했을 텐데”라며 입술을 깨물었을 카다피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어쨌든 그 정당성에 대한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카다피의 노골적 발언은 최근 국제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제3세계의 핵무기 개발경쟁 문제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카다피도 김정일 위원장도 핵 강대국 특히 미국의 핵검(核劍)에 대항하기 위한 핵방패로서 핵무기를 보유하려했다<『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178호>. 


<판단 자료 2>


앞에서 언급한 ‘제3세계의 핵무기는 값싼 반제(反帝)의 방패’라는 신화가 올바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제3세계 국가들은 ‘핵무기가 경제적인 무기’라는 신앙을 갖고 핵무기 개발 대열에 뛰어드는데, 그렇지 않음을 곧 깨닫게 될 것이다. 북한 역시 그런 과정을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핵무기 체제를 운용하기 위한 비용이 재래식 무기 운용비 못지않게 소요된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해도 재래식 무기를 보조적으로 이용해야한다. 핵무기 체계와 재래식 무기 체계를 2중으로 유지해야한다는 말이다. 이는 재래식 무기체계만 유지하던 때 보다 더욱 많은 국방비가 소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적인 무기라고 생각한 핵무기 체계가 2중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에 유의해야한다. 물론 핵무기 개발을 위한 초기투자는 여기에서 계산에 넣지 않았다. 핵무기 개발을 위한 막대한 전력 사용‧자원의 투입으로 북한의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도 있으므로, 핵무기를 경제적인 무기로 보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논리이다<『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178호>.


<판단 자료 3>


파키스탄의 부토 수상은, 1998년 핵실험 이후 국가가 치러야할 대가(경제제재 등)에 대하여 “우리는 굶을 준비가 되어 있다. 풀을 먹어도 핵무기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굶어 죽을 각오로 핵무기를 개발하겠다는 뜻이다. 민중의 굶주린 창자를 담보로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권력의 비정함이 배어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가권력 보다 더 비정한 쪽은 국제사회‧ 국내의 가진 자들이었다. 파키스탄의 빚쟁이 나라인 미국‧일본 등의 강력한 경제제재와 가진 자들의 자본유출로 파키스탄 경제는 붕괴 일보직전에 봉착하여 국가의 붕괴 위기를 가속화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 민중의 기아는 가중되었다. 핵무기 개발로 민중의 기아상태가 더욱 악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났던 것이다.


파키스탄의 핵무기-기아의 악순환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바로 한반도의 이야기이다. 한반도의 북쪽에 있는 북한의 기아(에 허덕이는) 경제 속에서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다. ‘핵무기와 기아의 관련’이라는 측면에서 파키스탄과 북한은 닮은꼴이다. 세계적인 빈국(貧國)인 파키스탄과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몰두하는 현상이 ‘민중고(民衆苦)의 가중’이라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양국 간 현상의 닮은꼴이 결과의 닮은꼴로 이어질 것인가? 즉, 북한도 파키스탄처럼 핵무기 개발로 인한 기아의 가중이라는 악순환을 밟을 것인가?


내친김에 가혹하게 물음표를 더 찍는다면, 핵무기를 개발한 북한의 경우에도 굶을 준비가 되어 있나? 풀을 먹어도 핵무기를 개발할 셈인가? 핵무기를 만든 북한 정권은, 인민들에게 굶을 준비를 시킨 채 핵을 만든 비정한 정치집단이 아닌가? 인민의 굶주림을 희생양으로 정권 안보를 추구하는 게 온당한가? 인민의 주린 창자 속에 핵무기 집어넣는 게 정치인의 도리인가? 핵무기를 개발하는데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었을 텐데 그 돈으로 북한 인민의 기아 문제를 해결했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배고픈 인민들의 가렴주구(苛斂誅求)로 핵무기를 만들었다면, 그 핵무기는 북한 인민의 고혈을 짜낸 것이 아닌가? 인민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천하를 유랑하는데 국고를 탕진해가며 핵무기를 만드는 정권을 어떻게 보아야하나? 북한 인민의 인간안보(‘빈곤으로부터의 자유’를 통한 인간안보)를 무시하는 국가안보(핵무장 중심의 국가안보)를 어떻게 평가해야하나? 인간안보를 결정적으로 해치는 ‘먹거리 빈곤’ 속의 ‘핵물질 풍요’를 어떻게 보아야하나? 국가권력이 핵무장을 통한 평화적 생존권을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핵무장 경제로 인한 인민 개개인의 평화적 생존권 박탈(빈곤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롭게 살 권리의 박탈)이 예상된다면 이를 어떻게 평가해야하나?
 

북한의 핵무기-기아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정도의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런 물음에 대한 북한 쪽의 대답을 직접 들을 수 없으므로, 질문자 스스로 ‘북한의 핵무기-기아의 악순환’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필자 역시 스스로 해답을 찾기 위하여, 기아의 악순환이 핵무기 개발의 악순환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상황을 먼저 기술한다.


북한의 가장 큰 대외적인 위협은 ‘미국의 북한정권 붕괴 시나리오’이며 대내적인 위협은 기아이다. 일반적으로 전자만이 북한에 加해지는 위협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나, 후자도 전자 못지않게 강력한 위협요소이다. 두 위협요인은 서로 맞물려 있다. 미국의 집요한 북한 붕괴 시나리오 때문에 기아가 가속화되었고, 기아의 가속화라는 경제난을 군사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이렇듯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아가 북한 안보의 커다란 위협요소임과 동시에 핵무기 개발의 간접적인 원인 제공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기아가 안보적인 측면의 핵무기 개발로 이어진 ‘경제-안보의 쌍안경’으로 북한 핵개발을 조망하는 게 중요하다. 기아가 핵무기 개발을 낳은 ‘기아→핵무기 개발’의 악순환(2005년 2월 10일의 핵무기 보유 선언 이전의 상황)과 (핵무기 보유선언 이후에 닥칠 기아의 악화) ‘핵무기 보유선언→기아 지수 증가’의 악순환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동시에 보는 ‘복안 렌즈’가 필요하다<『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181호>.


<판단 자료 4>


북한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북한의 핵개발이 북한인민의 안전을 보장할까? 북한의 핵개발로 남한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는 게 아닐까? 국가안보가 중요한가? 시민ㆍ인민 개개인(민중)의 인간안보(human security)가 중요한가? 시민(민중) 개개인의 평화로운 삶(삶의 안전ㆍ안위ㆍ평안)이 중요한가? 국가의 안보가 더 중요한가?


    1) 남북한 민중의 인간안보
 

민중안보의 시각에서 북한 핵무기를 바라보아야 한다. 민중의 인간안보(human security) 차원에서 북한 핵무기 개발의 정당성을 논의하는 일이 중요하다. 북한의 핵무기는 남한 민중의 안전한 삶(민중 안보)을 위협할 것이다. 앞으로 계속될 북한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이 남한 민중의 폐부에 깊숙이 스며들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 프랑스의 핵실험장인 롱게라프 산호초에 거주하는 민중의 방사능 피해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옛 소련의 핵실험장으로 유명한 세미빨라치스크의 민중들이 방사능 때문에 백혈병이 걸려 죽어가는 사태를 남한 민중이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가난에 찌든 북한의 민중들이 핵무기 베개를 베고 자야하는 신세가 된 점이 가슴 아프다. 이번 핵시험 때 유출된 방사능이 북한 민중의 생명을 위협하는 게 아닌지 우려한다. 인민들로 하여금 기아에 허덕이게 만든 정권이 인민들의 평화적 생존권을 보장하기는커녕 핵세례를 퍼붓는 죄악(?)을 어떻게 청산해야할까? 이러한 죄악에 아랑곳하지 않는 자들이 쓴 진보의 탈을 빼앗아야하지 않을까? 북한 민중을 짓누르는 ‘기아+핵세례의 상승곡선’에서 벗어나 북한 민중의 진정한 안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평화운동의 과제로 삼아야하지 않을까?<『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251호>. 


      ① 북한 핵시설 파괴에 따른 북한 인민의 인간안보


불행하게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국은 반드시 북한의 핵무기고ㆍ핵시설을 공습하거나 폭파하는 선제공격 작전을 준비할 것이다. 이와 관련된 모의실험(시뮬레이션) 끝에, ‘영변의 8메가와트(열 출력) 연구용 원자로와 5메가와트(전기출력) 실험용 원자로 등 2개의 원자로가 공습 등으로 완전 가동 중 동시에 파괴됐을 경우 사람들이 방사선으로 입는 피폭 피해범위는 최대 400∼1400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영변 핵시설 반경 10∼50킬로미터 내에 있는 사람들은 2개월 내 80∼100%가 사망하며, 30∼80킬로미터 지역은 20% 정도만이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2개의 원자로 외에 재처리 시설, 핵폐기물 저장시설 등 영변의 모든 핵시설이 함께 파괴될 경우 피해는 더 커져 반경 50킬로미터 이내 주민의 25%가 수 시간 내 사망하고 한반도 전역의 토양오염이 5∼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99~101쪽>.


    2) 남한 시민의 인간안보


북한에서 날아온 1메가톤의 핵무기가 서울의 명동에 떨어질 경우 ① 경복궁ㆍ성균관대학ㆍ서울역 등 반경 2.4킬로미터 이내 지역이 완파되고 모든 사람이 죽는다. ② 신촌ㆍ용산ㆍ왕십리 등 반경 4.6킬로미터까지의 시민의 절반이 죽고, 살아남아도 3도 이상의 화상을 입는다. ③ 반경 6.9킬로미터까지 인구의 50%가 즉사, 40%가 재기불능의 외상을 입으며 은평구ㆍ여의도ㆍ도봉구ㆍ청량리까지가 포함된다. ④ 그 밖의 지역도 6.9킬로미터 이내와 같은 피해를 입는다<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101쪽>.


<판단자료 5>


북한의 핵실험은, 핵문제에 민감한 남한의 시민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남한의 학생운동ㆍ시민운동은 기지개를 켤 때부터 줄곧 “반전 반핵!” “반핵 평화!” “반전반핵 평화!”를 외쳐왔는데, 이에 어긋나는 핵실험을 북한이 단행한 것이다.
 

여기에서 두 가지 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반전 반핵’의 가치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이다. 1980년대 남한의 대학가에서 “반전 반핵 양키 고홈”을 외칠 때 신바람 나게 박수치며 주한미군의 핵무기 철수를 주창했던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모순을 일으키고 있다. 둘째, 남한 운동권 일부의 변신이다. 1980년대에 “반전반핵 양키 고홈!”을 주창했던 사람들 중 상당수의 ‘무조건(?) 북한 지지파들’은, 김정일 정권의 핵시험을 환영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의 핵무기가 ‘양키 고홈’을 구현할 수 있다는 반외세 민족주의의 심정을 이해할만하지만, 핵무장론과 민족주의가 결합된 ‘핵무장 민족주의’에서 살벌함을 느낀다.
 

1980년대 대학가의 ‘반전 반핵 양키 고홈(핵무기를 가진 양키 퇴진)’을, 북한의 핵개발에 우직하게 대입하면 ‘반전 반핵 김정일 고홈(핵무기를 가진 김정일 정권 퇴진)’이 된다. 1980년대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운동권이라면 ‘반전 반핵 김정일 고홈’을 떠올려야함에도 불구하고, 민족절멸의 가능성이 있는 핵무기를 개발한 김정일 정권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있으니 아찔한 일이다.


또 하나 아찔한 일이 있다. 1980년대의 ‘반핵’이 냉전수구 세력의 구호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남한의 꼴보수 우파들은 핵무장한 김정일 정권을 증오하며 “반핵 반김!”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호전적인 우파들이 ‘반전’ ‘반전 평화’를 내걸지 않는 게 유감이지만, 이들의 ‘반핵 반김(김정일 고홈)’ 구호의 ‘반핵’이 오히려 1980년대 대학가의 분위기를 되살려주는 느낌이다.


남한의 우파는 김정일이 죽도록 싫어서 ‘반핵’의 뒤에 ‘반김’을 붙여 목청이 터져라 외치고, 자나 깨나 평화통일을 주장하던 좌파의 일부는 (반평화의 상징인) 핵무기의 개발을 환영하는 ‘뒤틀린 변신’이 슬픈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181호>.


<판단 자료 6>


    1) 핵무장 민족주의


1998년에 파키스탄ㆍ인도가 핵실험할 때, 노동자ㆍ농민ㆍ빈민 등의 기층 민중이 환호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한 파키스탄 민중은, 핵실험장의 폭발 장면을 보며 “파키스탄 만세! 무바라크(파키스탄 대통령) 만세! 이슬람민족 만세! 파키스탄의 핵무기로 인도의 힌두민족 타도!”를 외치며 알라신에게 기도했다. 인도의 극빈층 역시 “인도 만세! 힌두민족 만세! 인도의 핵무기로 파키스탄 민족 타도!”를 외치며 힌두의 신들을 향해 기도했다.


파키스탄의 핵실험 배후에 무슬림 민족주의가 있었으며, 인도의 핵실험은 힌두 민족주의를 배경으로 삼았다. 인도 대륙의 경우 무슬림 민족주의와 힌두 민족주의가 핵무기를 통해 적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지만, 핵무장과 민족주의가 결합된 ‘핵무장 민족주의’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면 ‘핵무장 민족주의+근본주의’는 파키스탄ㆍ인도만의 이야기인가? 파키스탄ㆍ인도와 가난의 정도를 놓고 경쟁하는 북한도 ‘핵무장 민족주의+근본주의’의 병에 걸려 있지 않나? 북한의 핵무장 민족주의가 주체사상ㆍ선군정치의 근본주의와 어울리면서 핵실험을 감행하지 않았을까?


파키스탄의 사례에서 보다시피, 민족 구성원의 절대다수인 기층 민중의 목숨이 핵무기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쌍수를 들고 핵실험을 환영했다. 그런데 남북한 역시 예외가 아닌 듯 하여 걱정이다.


북한의 핵무기에 목숨을 저당 잡힌 남북한 민중들이 북한 핵실험에 환호하고 있는 역설을 어떻게 수용해야 할까? 북한의 민중들은, 파키스탄ㆍ인도의 민중과 거의 비슷하게 북한 핵실험을 환호하고 있는 듯하지만, 환호의 정도를 확인할 길이 없다.
 

다만 남한 민중의 일부가 북한 핵실험에 환호하는 것을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비교적 진보적인 오마이뉴스ㆍ한겨레신문 홈페이지의 답글에 ‘핵무기는 민족의 자산ㆍ민족자주의 수단ㆍ민족통일의 절묘한 방편ㆍ통일의 대안(핵무장 통일론)’이라는 내용의 핵무장 민족주의가 난무하고 있다. 일부 운동권 인사들마저 ‘북한 핵은 나중에 통일되면 우리 민족의 자산이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의 핵무기로 미제를 싹쓸이하자!’는 이들의 주장에 모골이 송연해진다. ‘핵무기 파시즘’이 이 땅에 등장할 것 같아 소름이 끼친다. 핵무장 민족주의의 지척에서 핵무기 파시즘이 준동할 채비를 하고 있는 듯하다.


핵폭탄을 가슴에 않고 철천지원수 미제를 향해 돌진하자는 ‘가미가제(神風)식 핵무장 민족주의론’은 미제와의 핵전쟁도 불사한다. 핵무기로 미제와 맞붙자는 종말론적인 핵무장 민족주의론은, 그 논리의 정당성과 무관하게 민족생명의 단축을 예약한다. 민족 절멸의 핵무장 민족주의에 가장 심취하고 있는 세력이, 일부 민중들․일부 운동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2) 핵무장 민족주의는 ‘진보’ 아닌 ‘퇴보’?


반핵평화는 전 세계 진보주의자들의 상표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진보단체ㆍ진보정당도 ‘반핵’을 귀중한 가치로 내세운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경계선이 반핵인데도 남한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 남한의 냉전수구 세력이 (북한 핵실험을 반대하는) 반핵을 외치는 한편 진보세력은 친북의 강도가 강할수록 반핵(북한 핵실험에 대한 반대)을 기피한다. 반핵을 외면하는 진보세력은 ‘진보’라기보다 ‘퇴보’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에 반핵평화를 주장하지 않는 세력은 ‘퇴보진영’이다.<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76~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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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의 글은, 원탁토론 아카데미(원장; 강치원 교수)의 ‘원탁토론 전문가 과정’ 제3강(2009년 6월 13일 실시)에서 필자가 강의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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