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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 만들기의 대안

10․4 선언과 갈퉁의 ‘Transcend’

김승국

지금까지 10․4 선언(남북한 정상이 2007년 10월 4일에 발표한 선언문)의 제3항․제5항을 중심으로 남북한 경제공동체, 평화경제, 경제안보의 상관 관계를 설명하는 가운데 ‘점-선-면 전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점-선-면 전략’을 남북한이 호혜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민족끼리 정신(10․4 선언의 제1항), 남북관계의 상호존중․신뢰증진(제2항),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제4항), 사회문화 분야의 교류․ 협력(제6항), 인도주의 협력사업(제7항), 민족의 이익을 위한 협력을 강화(제8항)하는 노력이 요청된다.

그런데 위와 같은 노력을 기울이기 위하여 ① 60년 이상 지속되어온 한반도 분쟁의 구조를 넘어서며(transcend) ② 분단의 모순을 지양하며 ③ 민족끼리 화해하는 방법론을 정립해야한다(화해의 방법론은 10․4 선언의 원만한 실행을 위해서도 요구된다).

이와 같은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묘약 같은 방법론은 없지만, 상당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론으로 요한 갈퉁의 ‘Transcend 법(法)’을 추천한다. ‘Transcend 법’은 분쟁(한반도의 경우 ‘분단’)의 모순을 뛰어넘어(transcend; 초월하여) 평화로 나아가는 분쟁․갈등 해결-화해의 방법론을 총칭한다.

1. ‘Transcend’의 구도

‘Transcend(超越) 법’은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전환’의 수법이다. 이러한 ‘Transcend’의 활동은 다음과 같은 프로그램에 의해 조직된다; ① 평화적인 분쟁전환(Peaceful Conflict Transformation) ② 평화구축과 평화의 능력배양(Peace-Building and Empowerment) ③ 평화교육(Peace Pedagogy) ④ 평화 저널리즘(Peace Journalism) ⑤ 평화지대(Peace Zones) ⑥ 평화유지(Peace-Keeping) ⑦ 평화적 화해(Peaceful Reconciliation) ⑧ 평화 비즈니스(Peace Business) ⑨ 개발: 자립적인 삶․공평․지속가능성(Development: Subsistence, Equity and Sustainability) ⑩ 평화, 심층문화, 문화적 폭력(Peace, Deep Culture and Cultural Violence) ⑪ 안보․전쟁 폐지를 위한 비폭력적인 접근(Nonviolent Approaches for Security and War Abolition) ⑫ 인권, 민주화와 민족자결(Human Rights, Democratization and Self-Determination) ⑬ 지구규모의 가버넌스(Global Governance) ⑭ 평화, 여성과 남성(Peace, Women and Men) ⑮ 평화와 개발의 분석(Peace and Development Analysis) ⒃ 평화와 예술(Peace and the Arts) 17) 평화 박물관(Peace Museum) 18) 평화 기행(Peace Tourism) 19) 개인적 차원의 평화(Peace at the Personal Level) 20) 평화, 심층구조와 구조적 폭력(Peace, Deep Structure and Structural Violence) 21) 비폭력(Nonviolence) <Transend Japan {トランセンド硏究} 제1권(東京,トランセンド硏究, 2003) 8-9쪽>

2. 10 ․ 4 선언의 제3항 ․ 제5항을 실현하기 위해 갈퉁의 ‘Transcend 방법론’을 원용하기

위의 21개 사항 모두가 남북한의 Transcend 즉 평화적 수단에 의한 분쟁 전환을 위해 필요하지만, 10․4 선언의 제3항․제5항을 집중적으로 실현하려면 ① 평화적인 분쟁전환 ② 평화구축 ⑤ 평화지대 ⑥ 평화유지 ⑦ 평화적 화해 ⑨ 개발: 자립적인 삶․공평․지속가능성 ⑪ 안보․전쟁 폐지를 위한 비폭력적인 접근 ⑮ 평화와 개발의 분석을 총체적으로 해내야 한다.

위의 8개 사항에 걸쳐 한반도 분쟁을 총체적으로 초월하면서 10․4 선언의 제3항․제5항을 실현하기 위해 갈퉁의‘Transcend 방법론’을 원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럼 갈퉁의 ‘Transcend 방법론’에 접근해보자. 갈퉁은 팔레스티나 분쟁의 핵심인 예루살렘 문제를 평화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Transcend 방법론을 도식화하기 위해 아래의 <그림 2; 생략>를 선보였다.(Johan Galtung, 2004, 11)
* 김승국『잘사는 평화를 위한 평화 경제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79쪽에 <그림 2>가 실려 있으니 참조하세요.

위의 <그림 2>의 1은 팔레스타인 분쟁의 원점이다. ‘예루살렘을 국제관리한다’는 1947년의 유엔결의를 이스라엘이 무시하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유대 국가)의 항구적인 수도로 선언했으나, 팔레스타인 역시 예루살렘이 이슬람의 성지이므로 수도로 되어야한다고 주장하는 ‘수도 쟁탈전’이 분쟁의 원점이다. 이 원점을 중심으로 Y축(이스라엘 측)의 2는 예루살렘의 완전통치를 주장하는데 반하여, X축(팔레스타인 측)의 3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수도로 되어야한다며 양쪽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극(極)과 극의 분쟁상태를 나타낸다.

이와 같은 2와 3의 ‘극과 극의 분쟁상태’를 절충하는 방안 4는, 이스라엘 측이 서(西)예루살렘을, 팔레스타인측이 동(東)예루살렘을 통치하자는 제안이다. 그러나 4의 절충안도 미흡한 점이 있으므로, 갈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예루살렘을 공동관리하는 방안 5를 제시한다.<Johan Galtung 지음/ 京都YMCAほーぽのぽの 옮김 {平和を創る發想術} (東京, 岩波書店, 2004) 11~12쪽>

갈퉁의 이와 같은 팔레스타인 분쟁의 Transcend 방법을 10․4 선언의 가장 뜨거운 현안인 NLL 분쟁에 대입하여 그림을 그리면 <그림 3; 생략>과 같다.
* 김승국『잘사는 평화를 위한 평화 경제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80쪽에 <그림 3>이 실려 있으니 참조하세요.

<그림 3>의 1은 NLL 분쟁의 원점이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유엔군 사령관이 한국군의 북한해안 접근을 막기 위한 명분으로 육상 분계선(MDL)이 끝나는 한강하구의 말도 인근에서 해주해역(우도와 연평도), 백령도를 잇는 NLL을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 분쟁의 원점이다. 이 NLL의 남쪽에 있는 백령도․연평도를 남한 쪽이 군사․어업기지로 사용하면서(관할권은 유엔 사령부에 있음), 북한선박(어선․함정)의 출입을 통제․금지하고 있다. 한국군은 현재 NLL의 남쪽 해상을 완전통제하고 있으며(Y축의 2), 일부 보수단체․인사들은 NLL이 해상의 영토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NLL은 그야말로 한계선일 뿐 경계선이 아니다.

NLL이 영토라는 주장은, 정전협정 체결과정에서 NLL이 탄생한 맥락을 잘 모르거나 무시하는 소치에서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하여 북한 당국은 NLL의 무효화를 끈질기게 주장해왔다(X축의 3). 이러한 2와 3의 극(極)과 극의 NLL 분쟁은 끝내 ‘꽃게 전쟁’을 유발함으로써 1(NLL 분쟁의 원점)을 강화했다.

그러나 한반도 안팎의 정세가 호전되는 가운데 열린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의 평화 수역화’를 위한 절충안으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를 선언했다(<그림 3>의 4). 앞으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가 명실상부한 평화지대로 된다면, 서해 전체를 평화지대로 만드는 방안(<그림 5>의 5)을 강구하여 해상에서의 남북한 군축으로 연결시켜야할 것이다.

한편 10․4 선언에 따라 남북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와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융합-평화경제가 <그림 4; 생략>와 같이 요망된다.
* 김승국『잘사는 평화를 위한 평화 경제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81쪽에 <그림 4>가 실려 있으니 참조하세요.
 
<그림 4>의 1은 분단경제의 원점을 나타낸다. 이 원점을 중심으로 남한은 자본주의(Y축의 2)를, 북한은 사회주의 경제체제(X축의 3)를 고수하면서 양쪽이 극(極)과 극의 분쟁상태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10․4 선언이 실현되는 가운데 평화협정이 체결되고 이에 걸맞는 남북한 경제체제의 융합(<그림 4>의 4)이 남북연합 단계에서 이루어진다면, 한반도 평화통일의 하부구조가 견고해질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연방제 단계에서 남북한의 완전한 경제통합이 이루어지면(<그림 4>의 5) 민족공영의 평화경제가 완벽하게 실현될 것이다.

이러한 청사진을 빈틈없이 마련하기 위해 갈퉁이 ‘6개 경제학파의 Transcend’를 시도한(Galtung, 2000, 305-325) <그림 5; 생략>를 참고하면 좋을 듯하다.
* 김승국『잘사는 평화를 위한 평화 경제론』(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182쪽에 <그림 5>가 실려 있으니 참조하세요.

<그림 5>의 녹색경제는 제3세계 국가들 대부분이 취하는 경제체제이다. 이 녹색경제를 경계로 하여 왼쪽에 소련의 적색경제가, 오른쪽에는 미국의 청색 경제가 있다. 소련의 적색경제와 미국의 청색경제가 냉전시대에 체제경쟁을 한 끝에 소련의 적색경제 체제가 무너졌다. 그런데 적색경제와 청색경제 모두 모순을 지니고 있으므로 이 모순을 극복하는 분홍색 경제체제(사회민주주의적인 경제체제)를 캐나다, 북유럽․EU 국가들, 독일의 사회민주당이 취하고 있다(영국은 제외). 그렇지만 이 분홍색 경제도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으므로, 갈퉁은 일본․동아시아의 황색 경제체제를 바람직한 모델로 설정한다. 이와 같은 갈퉁의 ‘경제체제 Transcend’가 남북한의 평화경제 수립과정에서 제한적으로 적용될 것 같다.

이 밖에 갈퉁이 분쟁해결 방법으로 선호하는 ‘호 오 뽀노뽀노(Ho’ oponopono)’(주1)를 10․4 선언의 실행과정에 적용하면 한반도의 평화통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호 오 뽀노뽀노’는 폴리네시아 제도(諸島)의 원주민들이 촌장의 주변에 둘러앉아 대화하면서 마을의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신라의 화백제도와 비슷하다. 요즘식으로 말하면 원탁회의를 통한 분쟁
해결 방식과 유사하다. 2002년 4월 21일에 도쿄의 명치학원(明治院) 대학에서 갈퉁의 지도 아래에서 이루어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화해를 향한 Ho’ o ponopono 분과 토론회」의 보고서 중 한반도의 분단 문제를 중심으로 다룬 부분(Transend Japan, 2003, 34-35)을 참고하면, 본 논문의 주제(남북 경제공동체와 평화경제)에 어울리는 참신한 발상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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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310호에 실린 필자의 글「남북 경제공동체와 평화경제」(2008.2.18)을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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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Ho’ o ponopono의 「Ho’ o」는 폴리네시아 말로 ‘to set’를 의미하고 「pono」는 ‘right’(「ponopono」는 ‘very right’)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Ho’ o ponopono」는 ‘세상일을 올곧게 처리한다’ 또는 ‘세상일을 올바른 상태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이러한 뜻이 ‘어떤 공동체에 분쟁․폭력․범죄가 발생했을 경우 그것들을 제거하고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한다’는 쪽으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Ho’ oponopono는, 공동체에 분쟁․폭력․범죄가 생겼을 때 다음의 두 가지 점을 목적으로 이루어진다; ① 당사자 간의 분쟁․폭력․범죄를 제거하는 목적 ② 당사자의 관계를 수복(修復)하여 화해에 이르게 함으로써 공동체의 질서를 회복시키는 목적.<Transend Japan {トランセンド硏究} 제1권(東京,トランセンド硏究, 2003) 2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