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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경제론

'경제-안보 연계'에 관하여

김승국

경제-안보 연계에 관하여 함택영 교수는 아래와 같이 제안한다:
남북한의 철도사업이 시사하듯이 현금의 남북관계를 볼 때 일정한 정치적 신뢰구축 이상의 정치군사적 해결을 기대하기란 매우 힘들다. 이 경우 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경제협력이라는 간접적 접근방법이다. 남한은 ‘선 신뢰구축 ・후 경제협력이나 ‘선 신뢰구축 ・후 군비감축’ 같은 철저한 상호주의 조건을 고집하지 말고 양자를 공시적으로 진전시켜야 한다. 동서독 관계가 보여주듯이, 경제협력이야말로 남한 측이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신뢰구축 방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남북의 두 정상들도 6 ・15 공동선언에서 ‘남과 북은 경제협력을 통하여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고,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로 하였다.’<함택영 「21세기 한반도 평화전략」{동북아 연구} 제7권(2002.12) 6쪽>

세계화 시대의 평화통일 전략으로는 정치 ・군사적 접근보다는 경제적인 접근에 의하여, 즉 경제통합을 통하여 민족경제의 기반을 조성하는 길이 보다 유망하다. 세계화 시대에 남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시장의 논리’와 ‘(민족)공동체의 논리’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는 길이다. 즉 상호의존성 증대를 통해 경제적 공영을 모색하고, 또한 경제협력을 통한 신뢰구축을 통해 군비통제 및 군축을 촉진함으로써 안보 공동체를 구축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제통합을 통한 민족 공동체’ 수립 전략은 남북한의 협력, 즉 남한의 대북 온건책(경제지원 및 군비통제)과 북한의 개혁개방을 요구한다<함택영 「21세기 한반도 평화전략」{동북아 연구} 제7권(2002.12) 30~31쪽>.

1. 금강산 ・개성 개발 모델

  1) 금강산 관광

위와 같이 ‘시장의 논리’와 ‘(민족)공동체의 논리’를 변증법적으로 종합하려는 시도가 금강산과 개성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금강산 관광은 시장 논리를 앞세운 정주영 회장과 선군정치를 앞세운 김정일 위원장의 합작품이다. 두 사람 모두 민족 공동체의 논리에 따라 금강산 관광에 정열을 쏟았지만, 북쪽의 금강산 개방 결단이 정주영 회장의 투자 결단보다 더 고뇌에 찬 것이었다. 남쪽 군대와 대치하고 있는 금강산 지역은 북한 최대의 군사 요충지이기 때문에 북한 군부가 개방을 거부했을
것이다. 이런 군부의 거부를 물리치고 금강산을 개방한 김정일 위원장의 결단 속에 이미 ‘경제-안보 연계 카드’ 즉 ‘군사적인 요충지를 남쪽에 공개하는 대신 금강산을 통해 남측과 경제협력하고 남북한의 교류를 증진시키겠다’는 구상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구상에 의해 금강산 관광이 이루어진 것이다.

현대 아산의 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금강산 관광은 ‘민족 공동체 형성의 구심점’으로 자리잡고 있다. 금강산에서의 이산가족 상봉 ・남북한 회담, 남북한의 평화통일 만남 등이 이루어짐으로써 금강산이 민족 공동체 형성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1백만 명 이상의 남측 관광객이 북녘 땅을 자유로이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민족 공동체 형성을 위한 남북한 신뢰구축에 도움이 된다. 더욱이 금강산 육로 관광이 DMZ의 닫힌 문을 여는 ‘소통의 길’이 된 데 따른 남북 신뢰구축의 효과는
상당히 클 것이다.

금강산 관광 때문에 남북한의 군사적 신뢰구축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측의 군사적 요충지인 금강산에 남쪽 사람들이 상주함으로써 군사적인 충돌을 예방하는 효과를 지닌다. 이러한 효과는 해상 북방한계선(NLL) 사태의 확산을 막는 분쟁 억지력으로 작용했다.

1999년의 NLL 사태 때 서해안에서 남북한 군사충돌이 일어났지만, 동해안에서는 금강산 뱃길 관광이 지속되었다. NLL 사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관광을 유지시키려고 노력한 남북 당국의 의지가 NLL 사태의 확산을 막는 데 일조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금강산 관광은 비군사적 교류협력이 군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가 되었다. 한반도 서부 지역에서도 개성 관광의 문호를 활짝 열어 비무장지대가 점차 평화지대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을 잇는 평화 프로젝트(긴장 완화에 기여한 평화기능)이자 남북교류의 새로운 모델로서 개성 개발의 본보기가 된다. 그러므로 금강산 관광은 ‘퍼주기’가 아니라 ‘평화 퍼오기’이며, 특히 금강산행 육로는 ‘평화의 길(Peace Road)’로 손색이 없다.

  2) 개성공단 개발 / 개성 관광

북한의 개성공단 3단계 조성 공사가 마무리되면 오는 2012년부터 남한 경제에 연간 24조 4천억 원, 북한 경제에 연간 6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개성공단 사업으로 2012년까지 남한에 10만 개, 북한에 73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은행은 2004년 7월 11일 발표한 ‘개성공단 조성의 경제적 효과 분석’을 통해 올해부터2011년까지 8년 동안 3단계에 걸쳐 총 850만 평이 조성되는 개성공단 사업의 1단계 공사 완료 후 2007년부터 남한 경제에 연간 생산 9조 4천억 원, 부가가치 창출 2조 7천억 원의 직접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예측했다. 2단계 조성이 완료되는 2010년에는 연간 생산 21조 7천억 원, 부가가치 창출 6조 1천억 원의 효과를, 3단계 공단 조성이 완료된 후인 2012년에는 연간 생산 83조 9천억 원, 부가가치 창출 24조 4천억 원의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추산했다. 또 1단계 공단 조성 완료 후 남한 지역에 직 ・간접적으로 일자리 1만 3천 개가 창출되고 2단계 조성 후에는 3만 개로 늘며, 3단계 조성 후에는 10만 개로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 경제에는 1단계 조성 완료 후 연간 임금수입 6천만 달러, 일자리 8만 4천 개가 창출되며 2단계 조성 후에는 연간 임금수입 1억 3천만 달러에 일자리는 19만 4천 개로 늘어난다. 3단계 공단 조성이 모두 완료된 후 2012년에는 임금과 기업소득세 등 총 6억 달러의 수입과 함께 일자리가 73만 개로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러한 추정은 3단계 조성 공사 완료 후까지 총 1만 9천 개 남한기업이 현지에 진출하고 생산설비와 원자재 전부를 남한 지역에서 공급하며, 사용자를 제외한 전 직원을 북한 근로자로 채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의선, 동해선 등 철도와 도로연결, 금강산 관광사업과 함께 경협 3대 중점사업으로 추진되는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철도 ・도로 ・해상로 등으로 대규모 물자와 인원의 수송이 가능한데다 남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어 남한 지역에서보다 2~7배에 달하는 경상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은은 지적했다. 이에 따라 궁극적으로는 국내 산업구조조정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은은 밝혔다. 특히 남북간 교류 확대로 한반도의 긴장을 실질적으로 완화시키는 효과와 함께 북한이 개성공단을 시장경제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면서 인건비 등으로 확보한 경화자금으로 경제개발을 추진할 경우 남북한 경제력 격차를 완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통일비용의 절감이 기대된다<{연합뉴스}(2004.7.11)>.
(2004.8.21.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