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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요한 갈퉁

요한 갈퉁의 북한 핵문제 분석

김승국

요한 갈퉁(Joahn Galtung)은 프로이트와 융의 정신분석 개념을 국가에 적용한다. 국가는 엘리트와 일반 사람들로 분할되어 있는 한편 다양한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국가는, 국가・엘리트를 머리에 이고 노동자계급을 수족처럼 거느리고 그 사이에 중간층을 집어넣은 하나의 인물이 아니다. 세계정치에 있어서 국가는 하나의 활동단위(actor)로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므로 국내의 다양성을 상실한다.

여기에서 개개의 지배자나 지도자의 정신적인 역사에 기초를 둔 위에서, 그들의 내면의 역사로부터 투영된 정책적 행동을 예견하면 안 된다. 북・미 핵갈등을 둘러싼 외교정책이 엘리트들에게 맡겨져 있지만, 북・미 핵갈등의 해소는 그들만의 몫이 아니다. 엘리트들을 배출한 사회는 엘리트와 일반인들로 분할된 집합 이상의 것이다. 어느 사회나 특유의 의식구조・심층문화를 지니고 있으며, 심층문화의 저변에 민중의 집단적 무의식이 있다. 그러므로 개별 엘리트의 자서전이 아니라, ‘공유된 무의식에 침전된 집합적인 정신’(주1)의 역사를 제대로 보면서 북・미간 핵공방의 싸움판을 정리하고 대안을 내와야 한다.

갈퉁은 두 개의 증후군을 예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는데, 이 두개의 증후군을 북・미 핵공방 구도에 대입하면 흥미로운 발상을 얻을 수 있다. 갈퉁이 말하는 첫 번째 증후군은 ‘CGT’, 즉 선민의식(Choseness) ・영광(Glories) ・정신적인 外傷(Traumas)이며, 두 번째 증후군은 ‘DMA’로서 2분법(Dichotomy) ・마니교(Manicheism) ・아마겟돈(Armageddon)이다.

이 CGT 증후군・DMA 증후군은, 북・미간 핵공방의 물밑에서 움직이는 집단적 무의식 세계와 일정한 연관을 갖는다. 미국의 ‘제국주의 CGT ・DMA 복합’ 對 북한의 '강성대국・선군정치 CGT’의 ‘생사를 건 주인-노예 변증법’을 중심으로, 북・미간 핵공방의 잠재의식을 드러내면 북한 핵문제의 본질을 총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겠다.

먼저 미국의 ‘제국주의 CGT ・DMA 복합’을 순서대로 설명하면, 선민의식(CGT의 ‘C')은 神・역사처럼 개인을 초월한 힘에 의해 부여된다. 매혹 있는 ‘영광’은 명예로운 과거의 재현으로 나타난다. ‘정신적인 외상(Trauma)’은 과거의 공포(과거의 공포에 관한 기억)에서 비롯되며 미래에로의 그림자를 동반한다(CGT 증후군은 모두 과거의 집단적 기억과 관련이 있는바,
집단적 무의식은 집단적 기억과 관련이 있다).

증후군의 요소는 이들 세가지 구성요소의 협동에서 파생한다. 선민의식을 갖는 한 타자(他者)로부터의 충격―이 충격이 폭력으로 될 경우가 종종 있다―을 반드시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세계의 제국이라는 선민의식을 갖고 있는 한, 반제(反帝) 차원의 북한 핵무기 보유라는 충격을 받아들일 태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런 태세 없이 함부로 북한에 대한 핵전쟁 계획에 돌입하면 안 된다.

이 충격이 신(神)으로부터 부여받은 계율의 상실로 해석될 때 엄청난 충격이 된다. 신화는 타자의 부재라는 사상에서 생겨나며, 그 지점에서 계율이 실행된다. 이러한 신념의 무의식적 성격은, 부분적으로 다름(차이)에서 파생된다. 만약 이게 이데올로기로 공공연하게 정식화되면 집안사람밖에 통용되지 않는, 광기어린, 바보 같은 짓으로 비춰질 것이다. 그러나 집
합적 무의식(집단적 무의식) 속에 CGT 증후군이 잠입하면, 특정 국민의 정체성(Identity)을 구성하게 되어 극히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

집단적 무의식은 이러한 가설을 공유하는 데에서 시작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웃 사람도 마찬가지다’고 생각하는 데까지 이른다. 그러나 이게 잘못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사회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수의 무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특히 성(Gender) 및 계급차별을 초월한 곳에서 보여진다.

CGT는, 여성의 것이라기보다 남성의 것이다. 이는 ‘남성적인 남성+선발된 사람(選民)’이라는 2중적인 선민의식을 조장하기 위하여 가부장 제도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CGT는, 유연성을 가진 민족주의(Soft Nationalism)를 아득히 초월한다. 대북 핵전쟁 구도를 짠 미국의 네오콘(Neo-Con) 및 네오콘의 후원세력인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의 CGT-집단적 무의식이, 미국의 온건한 Soft Nationalism을 아득히 초월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C(미국의 선민의식)과 G(미국의 영광)가 어우러져 집합적인 과대망상증(megalomania)을 낳고, T(정신적 외상)를 통하여 망상증의 요소를 부여받으며 집합적인 과대망상증이 강화된다는 점이다. 9 ・11 사태를 계기로 C와 G가 어울려 ‘미국의 단독 패권・미국의 永久 지배(반테러전쟁 전략에 의한 세계 패권 장악. 그 일환으로 아프간전쟁・이라크전쟁을 치루고 북한・이란과의 전쟁을 준비 중이다)’라는 과대망상증을 낳고, 9 ・11 테러로 인한 T(trauma)가 망상증의 요소를 제공한다. 이렇게 CGT의 세 증후군간의 관계증진을 통해 미국의 과대망상증이 강화되어 북한 붕괴를 위한 전쟁 야욕을 보이자, 북한이 이 야욕을 원천적으로 꺾기 위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이다.

CGT 증후군과 연관이 있는 북한 협공용 폭력(미군의 戰力)이 GPR(전세계 미군의 재편)로 드러나는 가운데, 각종 북한 협공작전으로 구체화된다. 이러한 대북 억압 구도가 북한 당국에 투영 <미국 쪽 북한 붕괴 전략의 RP(억압・투영)구조> 되자, 이에 맞선 ‘북한판 CGT의 강화’가 이루어진 끝에 핵무기보유 선언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핵개발에 나선 북한 역시 CGT 증후군을 강화하고 있는 현상이 이채롭다. 북한 핵보유선언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인민들에게 CGT 증후군을 유포시켜 ‘핵무장 강성대국에로의 진입을 자축(?)’하도록 유도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미국의 대북 핵전쟁 야욕을 분쇄하기 위하여 핵무기를 만든 김정일 위원장이 ‘선군정치를 영도하는 천출명장(天出名將)임’을 찬양하는 북한 언론의 기사 속에 ‘핵무장 선군정치의 집단적 무의식-CGT 증후군, 북한 인민의 집단적 무의식’이 묻어나온다.

북한의 이러한 집단적 무의식은 방어적인 성격이므로 이해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미국의 집단적 무의식은 한반도-세계평화를 깨는 원흉이므로 유연한 민족주의(Soft Nationalism)를 거론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경직된 민족주의(Hard Nationalism)를 다루어야 한다. 인류 역사상 최강의 무력으로 북한을 무너뜨리려는 미국의 ‘경직된 민족주의’ 및 이것을 뒷
받침해주는 미국인의 집단적 무의식을 지양하지 않고는, 북・미 갈등해소-한반도 평화통일의 기초 닦기-동아시아 평화공존이 불가능하다.

이 ‘CGT 복합’의 심층에는, ‘DMA 인식론’과 관련된 심리적 경향이 가로놓여 있다. 세계는 두 개의 부분―우리들(미국)과 他者―로 구분될 때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확신이 CGT 복합의 심층에 가로놓여 있다.

북한 핵보유 선언을 근본적으로 유발한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은 이국간 관계에 초점을 두며, 상대방과의 관계를 ‘적이냐 아군이냐’고 규정하는 이분법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다. 이분법적 특징을 지닌 대외 전략의 인식론적 배경에 문화적 폭력이 내재하는데, 무엇보다도 ‘서양문명(근대=보편) 對 ‘非서양문명(前近代=특수)’라는 2분법이 문제이다.(주2)

이는 아리스토렐레스의 배중율(排中律), 데카르트의 인식론적 원자론, 어떤 민족주의에도 있는 ‘안(內)’과 ‘밖(外)’, 내부집단과 외부집단의 구별에 어울리는 가설이다. 이 2분법은 강고하며 구분선(區分線)에 물샐 틈이 없다.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음양(陰陽)의 대대(待對) 관계’와 정반대의 인식론이다.

더욱이 세계의 두 부분은 구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평등하다는 마니교(Manicheism)의 확신이 뒤따른다. 한쪽은 선(善)이며 다른 쪽은 악(惡)이다. 미국은 언제나 善(眞善)이고 북한은 언제나 惡(眞惡)이다. 그러므로 악의 축인 북한을 핵무기 등으로 타도하기 위한 전략(NPR/작전 계획 5027-94/작전 계획 5026 ・5030 등)의 실행은 너무나 타당하다는 게 ‘미국판 DMA 인식론’의 기본이다.

‘악의 축―불량국가 타도’를 중심으로 한 ‘미국판 DMA 인식론’은 제국주의적인 자타(自他) 구별에 안성맞춤인 병리현상이다.(주3) 이런 병리현상에 걸리면 선・악 구별, 자타의 구별을 잘하기 위해 자기의 악한 면과 타인의 좋은 면에 매우 둔감해진다. 그 결과 가장 경직된 민족주의(Hard Nationalism)에 물든다.

경직된 민족주의에 빠져들면 선・악 사이의 긴장이 자연법・신(神)의 질서에 의한 것으로 믿게 되고, 이 믿음은 善・惡간의 분쟁을 일으키게 된다. 악을 이해하는 유일한 말은 ‘폭력’이며, 아마겟돈이라는 최종전쟁(부시 대통령은 대북 전쟁을 아마겟돈의 일환으로 본다)도 善・惡간의 분쟁에서 도출된 것이다. 선의 승리(선은 언제나 미국 편이므로 미국이 승리하게 되어 있
다)를 끝까지 관철하는 것이 아마겟돈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부시 대통령이 보기에 선인 미국과 악인 북한의 분쟁을 일으키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

이러한 CGT ・DMA 복합은 유감스럽게 파국을 가져오는 원흉이다. CGT・DMA 복합에 의한 대북 아마겟돈 전쟁은 파국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CGT 증후군만으로 폭력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무언가 위대한 것을 위해 자신이 선발되었다는 감정, 무언가 신화를 마음속에간직하는 일, 정신적 외상(Trauma)을 입었다는 느낌 등이 필요하다. 이는 C ・G의 원인・결과로서, 위대한 일을 해낸 인물들의 운명이자 위업(偉業)의 조건인데 바로 여기에 과대망상증의 요소가 있다. 과대망상증은 부시 대통령으로 하여금 편집증적인 자질을 나타내게 한다.

한편 DMA 증후군만으로 폭력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여기에 두 가지 힘의 함수관계(神・악마, 선・악)가 있다. 두 가지 힘이 개인・국민・인류의 정신을 점유하기 위해 서로 싸우며 아마겟돈에 이르므로, CGT ・DMA 복합이 위기에 빠진다. 하나의 시나리오를 통하여 모든 것이 지당한 곳으로 낙착한다. 신(神)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곳으로 낙착한다. 여기에서 선(善)이 생겨난다. 그런데 타자(他者)는 악마에 의해 선택되었으며, 선택된 그 자리에서 악(惡)이 생겨난다. 이 타자(他者)는 정신적 외상(Trauma)의 원천이며, 신화의 실현을 방해한다. 이런 비타협적인 힘 사이의 투쟁은 전쟁에 의해서만 해결된다. 그래서 부시 대통령이 한사코 북한과의 전쟁을 시도하는 것이다. 아마겟돈처럼 모든 전쟁을 끝장내는 전쟁에 의해서만 만사가 해결된다. 부시 정권을 밀어주는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이 이런 ‘끝장 전쟁(아마겟돈)’을 통해 북한을 싹쓸이(인종청소)하라는 종교적 명령을 부시 정권에 내리고 있다.

문제는 전쟁의 수단이라는 요소가 부가된다는 데 있다. 가장 효과적인 CGT ・DMA일지라도 그것이 파괴수단의 커다란 능력에 의해 보증되지 않는다면, 공포보다 냉소를 자아내는 웃기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CGT ・DMA 복합의 파괴능력이 공포를 자아내는 곳에서 군비확장 경쟁이 생겨나며, 북・미 핵공방으로 인한 북・미간-남・북한간의 군비확장 경쟁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2. 미국의 CGT ・DMA ・RP 복합

CGT ・DMA ・RP(억압・투영) 복합은 미국 사회의 뿌리 깊은 병리현상을 나타낸다. 미국의 병리현상인 CGT ・DMA ・RP 복합의 관계망을 아래와 같이 구체적으로 기술한다(북한과 관련된 부분은 각주로 기술한다).

  (1) 선민의식― 영광― Trauma 증후군(역사적인 차원)

    ① 선민의식(17 ・18세기의 미국에서 나타난 선민의식)(주4)
      ⓐ 1: 신(神)의 보살핌 아래에서 권리・의무를 갖고 선택된 인민
      ⓐ 2: 신성한 토지/신(神)의 새로운 가나안 땅/미국 영토 침범은 신성 모독(주5)
      ⓐ 3: 미국 시민은 다른 국민보다 질 높은 삶을 누리고 있다.
      ⓐ 4: 미국의 국익은 다른 나라의 국익보다 정도・수준이 높다.
      ⓐ 5: 최후의 조정자, 헤게몬(Hegemon)의 헤게몬, 세계의 중심으로서 의 미국

    ② 영광(18 ・19세기의 미국에서 생겨남)(주6)
      ⓐ 6: 인종의 가마솥, 다문화(多文化) ・다민족국가(多民族國家)로서의 미국
      ⓐ 7: 3위1체: 유대-기독교・자유시장・독립=민주주의(주7)
      ⓐ 8: 위의 3위1체를, 이교도・자유 없는 국가・비(非)민주주의 국가에 확대한다.(주8)
      ⓐ 9: 북미(北美) ・아메리카・전 세계에 있어서 미국의 ‘명백한 운명’
      ⓐ 10: 미국은, 무적(無敵)이며 우수하고 신(神)이 배후에 있으므로 늘정의의 편에 서 있다.(주9)

    ③ Trauma(19 ・20세기에 입은 정신적 外傷)(주10)
      ⓐ 11: 새로운 시작의 전후에 이민이 입은 Trauma
      ⓐ 12: 미국 대륙의 선주민족(先住民族) ・하와이人에 대한 구조적・문화적 대량학살(Genocide)
      ⓐ 13: 미국 대륙 거주자에 대한 노예화・인신매매・착취・억압(주11)
      ⓐ 14: 독립선언 전후의 독립전쟁
      ⓐ 15: 분리를 에워싼 남북전쟁
      ⓐ 16: 승전(勝戰)이 아닌 전쟁(한국전쟁, 베트남전쟁)(주12)

  (2) 2원론・마니교・아마겟돈 증후군(성서에 의한 증후군)

    ⓐ 17: 2원론: 미국의 일반적인 2원론. 우리들(US)과 그들, 찬성・반대(주13)
    ⓐ 18: 마니교: 神・악마, 선・악(주14)
    ⓐ 19: 아마겟돈: 최후의 조정자인 폭력(주15)

  (3) 억압・투영(RP)의 메커니즘(역사를 통하여… )
    ⓐ 20: 자기(미국)의 폭력을 부정하고 자기(미국)를 평화적으로 본다.(주16)
    ⓐ 21: 타자(他者)에 투영된 폭력, 타자(他者)를 평화적으로 보는 것을 부정함(주17)

지금까지 설명한 CGT ・DMA ・RP 복합을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
(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190쪽에 <그림 1; CGT‧DMA‧RP 복합>이 있으니 참고하세요>

<그림 1>에서 미국에 포섭된 남한은 최량(最良)의 동맹국으로서 축복을 받는 반면에, RP(억압・투영)과정을 거쳐 배제된 북한은 아마겟돈 전쟁의 대상 지역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포섭・배제에 따라 남한엔 동맹국의 축복을 북한엔 아마겟돈 전쟁의 세례를 안겨주는 CGT ・DMA ・RP 복합의 분단구조가, 한반도 분단의 집단적 무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의 대북 핵전쟁 기도에 아마겟돈의 집단적 무의식이 내재하며, 미국 쪽 아마겟돈 핵전쟁 구도에 맞서려는 북한의 핵보유 기도에 집단적 무의식이 내재한다.

지금까지 거론한 내용을 종합하면, S-A-R 관계망과 연관된 미국 쪽 CGT ・DMA ・RP 복합의 포섭・배제 관계가 한반도에서 ‘축복・아마겟돈 전쟁의 쌍곡선’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그림 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림 1>의 윗부분인 ‘미국의 남한에 대한 축복’은, <외부세계(미국)로부터의 자극(S) →CGT→正의(positive: 우호적인) 감정→DMA→우리들(남한은 우리들 편임, 즉 미국 편임) →(미국 쪽의) 선민의식→포섭→동맹국으로 축복>이라는 S-A-R 과정을 겪으면서, 남한이 미국의 하위동맹으로 편입된다. 이러한 S-A-R 과정은 한・미 동맹의 집단적 무의식(남한 국민의 친미 정서와 관련된 집단적 무의식 포함)을 드러내는 선순환(善循環)을 이룬다.

한편 <그림 1>의 아랫부분인 ‘미국의 북한에 대한 아마겟돈 전쟁 구도’는, <외부세계(미국)로부터의 자극(S) →CGT→負의(negative: 부정적인) 감정→DMA→他者(북한은 미국의 他者임) →(미국 쪽의) 선민의식→RP →배제(북한 배제) →불량국가(Rogue state)인 북한에 대한 아마겟돈 전쟁>이라는 S-A-R 과정을 겪으면서 북한이 미국의 (핵)전쟁 대상으로 낙인찍힌다. 이러한 S-A-R 과정은 북・미 핵공방-북・미간 적대관계의 집단적 무의식을 드러내는 악순환(惡循環)을 이룬다.

북한의 핵보유 선언과 관련하여 ‘한・미 동맹의 집단적 무의식과 관련된 선순환(善循環)’이 문제가 아니라, ‘북・미간 적대관계의 집단적 무의식과 관련된 악순환(惡循環)’이 문제이다. 후자를 중심으로 몇 가지 이론적인 작업이 필요하다. 지라르(Rene Girard)의 모방 욕망・희생양・상호폭력 이론, 아글리에타(Aglietta)의 ‘화폐의 폭력’론, 들뢰즈(Deleuze) ・가따리
(Guattari)의 앙띠 오이디푸스(L'anti-Oedipe) 에 나오는 ‘욕망・정신분열・전쟁기계’론, 네그리(Negri)의 제국론, 갈퉁(Galtung)의 구조적 폭력・제국주의론, 今村仁司의 배제(시민사회 구성원 사이에 배제하는 폭력)론, 동양 고전의 전쟁・평화론, 김용운 교수의 原型論, 북한의 주체사상・선군정치・강성대국론을 참고로 ‘북・미간 적대관계의 집단적 무의식과 관련
된 악순환(惡循環)’을 심층적으로 분석할 수 있을 듯 보이지만, 필자의 능력 부족으로 숙제로 남겨둔다.(2005. 4. 19.)

* 출처=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와 북한 핵문제』(파주, 한국학술정보, 2007) 179~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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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주1) 갈퉁은 ‘공유된 무의식에 침전된 집합적인 정신’을 ‘잠재의식(Subconsciousness)'이라고 불렀으나< ガルトゥング平和學入門 144∼151쪽>, 필자는 이를 집단적 무의식으로 확대 해석한다.
Subconsciousness는 세 가지 용법을 갖고 있다: ① 프로이트의 전의식(前意識)에 해당되는 것으로, 의식되지 않는 정신활동에 속하면서도 개인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프로이트의 프랑스 학파에서는 잠재의식과 무의식을 구
분하여 사용한다. ② 무의식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③ 의식(인격)분열의 경우에 분리된 의식을 잠재의식이라고 말한다.

(주2) 헌팅턴(Huntington)의 문명 충돌론이 이와 같은 이분법적인 인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헌팅턴은 부시 정권의 일국적(一國的) ・일방주의적인 패권 정책의 이념을 제공했다. 그는 ‘21세기의 벽두에 非서양적인 Power와 문화의 지속적인 부흥이 생겨 非서양문명의 각 민족과 서방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적수인 중국이 ‘날로 힘을 기르는 것이 세계의 안전에 거대한 압력이 될 것이다’면서 ‘중국의 패권’에 경종을 울렸다. 이러한 문명 충돌론은 ‘서양문명(근대화=보편) 對 非서양문명(전근대=특수)’이라는 헌팅턴 자신의 관점에 기반하고 있는데, 그런 식으로 파악하는 것 자체가 2분법적인 인식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주3) 악의 축이란 개념에서 그나마 건질 만한 부분은 미국의 공식 담론에서 뻔질나게 언급되는 불량국가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일종의 사회정치적 병리학에 근거하고 있다.(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 (서울, 책갈피, 2004) 36쪽)

(주4) 17 ・18세기에 미국에서 형성된 선민의식과 다르지만, 북한 나름의 선민의식이 있는 것 같다. 북한의 문건에 자주 등장하는 ‘백두산 민족… ’ 등의 언사에 선민의식이 있지 않을까? 북한의 선군정치는 이런 선민의식을 이용하는 가운데, 조선민족이 역사적으로 강대국과 싸워 이긴 위대한 민족임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고구려・고려 시대에 중국의 침략을 물리친 위대한 민족정기를 이어받아 오늘날의 선군정치를 펼치고 있다는) 북한판 선민의식과 (17 ・18세기에 미국에서 형성된 선민의식을 이어받아 대북 전쟁을 전개한다는) 부시 정권의 선민의식 대결이 북・미 핵공방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5) 부시 정권은, 미국 본토를 처음으로 침범한 9 ・11 테러를 신성모독으로 간주한 뒤 신성모독의 주범으로 낙인찍은 이슬람 사회를 징계라는 차원에서 아프간 전쟁・이라크 전쟁을 치렀다. 이와 동시에 반테러 전쟁의 차원에서 신성모독을 예방하기 위해 본토 방위청을 신설했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이 미국 본토를 침범하는 신성모독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북한은 악의 축이며 이 악의 축을 징벌하는 전쟁에 정당성이 있다는 게 부시 정권의 태도이다.

(주6) 백두산의 밀영은 북한식 혁명전쟁의 영광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북조선은 빛나는 주체의 나라’라는 선전문구의 ‘빛나는’ 영광이 주체의 나라를 지탱해준다.

(주7) 이러한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전쟁, 이런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국가를 징벌하기 위한 전쟁(대북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게 부시 정권의 기본관점이다. 2005년의 일반교서에서 부시 대통령이 역설한 ‘자유’는, 이러한 민주주의를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한 ‘전쟁의 자유’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주8) 북한처럼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교도 국가, 자유 없는 국가, 비(非)민주주의 국가에 미국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이식(移植)시키기 위한 무력적 수단으로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게 네오콘(Neo Con)의 생각이다.

(주9) 이러한 관점에서 벌이는 미국의 대북 전쟁은 정의의 전쟁(Just War)이며, 기독교의 교리에 어울린다고 말한다. 한편 무적(無敵)의 미국이 보낸 프에블로호(號)를 사로잡은 북한은, 인민군의 무적(無敵)을 자랑하기 위해 프에블로호를 대동강가에 정박시켜 놓고 북한 인민들에게 이 배의 참관을 권장하고 있다.

(주10) 한국전쟁 때 북한 인민이 입은 Trauma를 잘 활용하여 북한 인민의 정치적 통합구조를 구축했다. 이어 1994년 미국에 의한 대북전쟁 위기 때의 Trauma를 고난의 행군으로 승화시킨 게 선군정치의 밑거름이 되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선언에도, 한국전쟁 이후의 Trauma를 무력적으로 승화시키려는 의지가 깃들어 있는 듯하다.

(주11)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다오 라는 책 속에, 이와 관련된 Trauma가 잘 묘사되어 있다. 부시 정권이 ‘북한 인민을 노예화・착취・억압하고 북한인을 역사의 무덤에 묻기 위해’ 대북 전쟁을 기획하고 있는 게 아닐까?

(주12) 미국은 한국전쟁을 통하여 역사상 최초의 ‘패전 Trauma’를 경험했다. 따라서 한국전쟁에서의 패전을 설욕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다시금 전쟁을 하고픈 잠재적인 전쟁욕구가 미국의 호전세력에게 잔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주13) 미국의 대북 전쟁 기획 안에, <미국과 북한(그들: 他者)을 2분법으로 구별지어 북한을 지도에서 없애려는 호전적인 2원론>이 내재되어 있다.

(주14) 미국은 신(神)의 편에 서 있는 데 반하여 북한은 악마의 화신(化身)이다. 미국은 진선(眞善)인데 북한은 진악(眞惡)이다. 그러므로 악마・악을 퇴치하기 위한 전쟁은 성전(Holy war)이다. 위의 성전은 선・악 2분법의 마니교적인 전쟁이다. 부시 정부는 9 ・11 사태 뒤 테러 세력들에 대한 전쟁을 선포할 때 마니교적인 세계관을 드러냈다.
2001년 9월 12일에 조지 W 부시는 “이 전쟁은 선과 악 사이의 결정적 전투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이 언제나 이긴다.” 이런 논리에 따르면, 오사마 빈 라덴은 절대적 악이며 미국식 삶은 절대적 선이 될 것이다.(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미국의 세계 제패 전략 (서울, 책갈피, 2004) 27∼28쪽)

(주15) 앞의 주 12)에서 언급한 성전을 최종적으로 치룰 자(者)는 미군이고 미군이 보유한 폭력(戰力: Gewalt)이다. 이 Gewalt로 북한을 섬멸하는 아마겟돈 전쟁을 일으키는 게 미국의 성스러운 임무이다.

(주16) 미국이 중동인・제3세계 민중에 가(加)한 폭력을 부정하고 중동・제3세계 반미전사들의 폭력만을 비난하며 반테러전쟁을 세계적인 차원에서 전개하고 있으며 대북 전쟁도 그 일환이다(북한이 테러 지정국가이기 때문). 그리고 이러한 반테러전쟁이 평화적임을 증명하기 위해 ‘Pax Americana'를 주창한다.

(주17) 부시 정권은 <무슬림(아프가니스탄人・이라크人)에 역사적으로 투영된 제국주의(서방 강대국)의 폭력>을 부정하는 가운데, ‘무슬림이 반(反)평화적인 반면 미국은 평화적’이라고 설파한다. 그러나 무슬림 사회는 평화지향적이며 무슬림이 믿는 이슬람교는 평화의 종교이다. 이를 부정하고 이슬람교의 성전을 폭력지향적으로 해석하고, 헌팅턴류(流)의 문명 충돌론(기독교 문명과 이슬람 문명의 불가피한 충돌)을 유포시켜 이라크전쟁의 이데올로기・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