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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평화학 일반

지배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평화’

김승국

시민사회의 전쟁 지향적인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반전 지향적인 민주주의’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평화’를 지배의 수단으로 악용하는 권력(Power)을 견제해야 한다. 평화의 이름으로 이라크 전쟁을 저지른 부시 정권의 ‘사이비(似而非) 평화(pseudo peace)-거짓 평화’를 타파하면서 ‘참된 평화-진정한 평화’와 구분해 내는 평화 연구가 절실하다.

필마(Fritz Vilmar)가 비판하듯이, 그 동안의 평화연구는 ‘조직화된 평화부재(organisierter Friedlosigkeit)’의 산업사회 지배세력들의 사회경제적 지배구조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 채 실증주의적이며 고립적인 부분적 조사연구, 기술지배적 ‘안보’지배, 관념론적인 교육적 호소 등으로 끝나 버릴 위험성을 보여 왔다. 이 위험성에 대응하기 위하여 필마는 사회비판적 평화연구의 체계와 전략을 내놓았다. 필마가 제안한 비판적 평화연구학의 구조는, <한신대 평화연구
소 편 {평화-이론과 실천의 모색(Ⅱ)} 206~211쪽>에서 찾을 수 있다.

필마가 지적하는 실증주의적 ・기술지배적 안보관이 ‘사이비 평화’의 온상이다. 이러한 사이비 평화는 다음의 지점에서 발견된다;
① 국내외의 관변 평화연구소, 워싱턴 부근의 두뇌집단(Think Tank)들, 미국 쪽 평화연구소, 일본의 자위대 주변 연구소.
② 미국의 전쟁 억지론, 세력 균형론에 이론적 근거를 제공하는 연구소와 학자들.
③ 한반도 분단의 평화적 관리에 동원되는 이데올로기-이데올로그들. 한반도 분단의 평화적 관리에 입각한 사이비 평화 전략을 내놓는 자들.
④ 영국의 전략연구소, SIPRI(스웨덴의 군비관련 연구소) 등의 기술지배적인 안보관에 따른 무기거래 통계 발표. 이들 연구소는 군 ・산 복합체에 대한 분석을 하지만 사회경제적 의식을 갖고 작업에 임하지 않는다.
⑤ 수구세력의 원시적 반공주의(“머리 위에 붉은 뿔이 난 북한이 호시탐탐 남한을 침공하려고 한다.”)에 따른 안보관의 북한 흡수통일형 평화 이데올로기. 여기에서 말하는 평화란 ‘북한을 평정(pacification)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평정을 평화의 이름으로 말하므로 ‘거짓 평화’라고 지적하는 것이다. 수구세력이 말하는 거짓 평화의 이데올로기적인 모순이 바로 여기에서 생긴다. 이들은,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평화적 분단관리 정책-분단체계의 현상유지를 위한 억지론에 동조한다. 또 한반도의 전쟁위기론이 거론되거나 북한과의 의식적인 대립이 치열하게 드러날 때 극단적인 북한평정 논리를 펼친다. 이는 미국의 조야에도 널리 퍼져 있으며,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5027-98 작전계획 등이 수립된 듯하다.
⑥ 한-미 국방당국의 군비통제론에 힘을 실어주는 이데올로그들. 이들은 민족이 하나 되는 군축을 무시한다.
⑦ 북한의 전력(戰力)이 언제나 남한보다 우위에 있다는 모델을 개발하는 학자들. 이들은 국방백서의 남북한 군비상황-안보관에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학자들이다.
⑧ 남북한의 군사 대결을 게임이론 ・제로 섬(zero-sum) 게임 중심으로 보거나 기능적인 세력균형 이론으로 간주하는 학자들. 이들 학자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실용주의에 입각한 패권주의 국제정치학을 공부하고 온 자들이다.
⑨ 예비군 교육장의 안보교육.
⑩ 미국 대통령들이 입만 열면 말하는 ‘세계 평화’의 상투어.
⑪ 조지 오웰(Jeorge Orwell)의 {1984년} {동물농장}에 나오는 “평화는 전쟁이다”라는 가치전도의 논법.
⑫ 젱아스(Senhaas)가 {Kritishe Friedensforschung} 362~364쪽에서 말하듯이 평화의 부재는, 산업사회를 지배하는 세력의 사회경제적 지배구조와 관련이 깊다. 산업사회의 지배세력은 오히려 사회경제적 지배구조를 무시 ・호도 ・은폐하는 평화 이데올로기 공세를 펼친다.
(200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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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353~355쪽을 참조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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