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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칼럼-에세이

포스트모던과 신체

김승국 정리

근대 전쟁에 종군하는 병사의 ‘신체의 위상’이, 영화 ‘람보’의 자막 장식선(serif)에 드러난다.

1. 병사의 변모

‘전사(戰士)’ 대신에 ‘전쟁 노동자’라 불러야 할 것이다. 무기란 전사의 신체를 의미하고 총은 부속물이며 도구에 불과하다. 군대란, 신체를 무기화한 ‘아름다운 자(者)’들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다. 훈장의 서훈 ‘육탄 3총사’ ‘가미가제(神風)’라는 신화, 근대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군복 디자인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보자. 다른 나라의 군복이 기능성을 중시하는 ‘노동복’을 닮아 가는데, 나치스의 군복은 ‘전사(戰士)의 아름다운 기장(emblem)’을 디자인함으로써 신화적 전사군(戰
士軍)의 이미지를 형성했다.

2. 병사의 노예화 ・신체의 노예화

질주하는 기갑부대의 강철 기갑에 의한 신체의 한계를 초월하는 걸 볼 수 있다. 그 배후에 병사의 신체가 ‘프롤레타리아化’하고 소비물자로 실추되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중무장한 군대의 ‘웅자(雄姿)’의 배후에 인간적 신체는 무기물의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 무가치한 유기체의 신체는 여기에서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노예화되고 무화(武化)된다.<市田良彦 {戰爭}(東京, 新曜社, 1989). 212쪽>

베트남 전쟁을 상징적인 거울로 비추어 본 병사의 신체는, 정교한(sophisticated) 기계-무기와 고풍스러운(archaic) 신체-무기 사이에서 갈라진다. 실제의 전선에서 병사는 자신의 신체, 능력, 죽음이라는 고풍스러운 ‘무기’를 들고 행동해야 하지만, 추상적인 평면에서는 무기를 쥔 정교한(sophistigated) 군사 노동자로서 행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근대전쟁의 편성이 잉태한 병사의 노예화, 신체의 노예화 사태가 노출된다.<市田良彦 {戰爭}(東京, 新曜社, 1989). 215쪽>
(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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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국 지음『한반도의 평화 로드맵』(파주, 한국학술정보, 2008) 344~345쪽을 참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