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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장사 수기 (106)] 제살 깎아먹는 장사

커피 장사 수기 (106)

 

제살 깎아먹는 장사

 

 

김승국(커피공방 뜰의 점장)


 

 

오늘은 음산하게 추운 탓인지 손님이 적어 죽 쑤고 있다. 오후 6시 현재 30,000원의 매상. 이래가지고 입에 풀칠하기도 어렵다. 밤 10시까지 눈이 빠지게 손님을 기다렸음에도 불구하고 겨우 45,800원의 매상 밖에 되지 않아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저녁밥을 먹고 밤 11시 20분에 가게에 귀환하자마자 어떤 여성이 전화로 지금 커피를 마실 수 있느냐고 질문해왔다. 그래서 아메리카노를 제외한 커피를 마실 수 있다고 대답했더니 진짜로 중년 여성 세 명이 밤 11시 40분경에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세 명이 명품 커피 1잔, 유기농 커피 1잔, 카푸치노 1잔을 주문하고 본격적인 수다를 떨기 시작하여 새벽 2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고 돌아갔다. 손님이 돌아간 직후 설거지고 뭐고 귀찮아 내팽개치고 잠자기 바빴다. 기진맥진하여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이불 속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새벽 2시까지 심야 영업하고 겨우 60,800원의 매상을 올렸다. 1박 2일의 영업에 60,800원의 매상이라니...내 건강을 저당잡고 60,800원의 장사를 한 셈이다. 60,800원을 받고 제살깎기 장사를 한 것이다. 정말 지겹게 힘든 커피 장사이며 고난의 행군이다.(2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