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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안보-군사/군(한국군,미군,군대)

미군의 성(性)고문 ・성(性)학대

김승국

1. 들어가는 말

2004년 5월 초에 미국의 CBS는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에 관한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국내의 언론사 중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일부 방송이 이 사건을 보도했다. 아직 주요 일간지가 이 사건을 크게 다루고 있지 않다. 아마 한국의 기자들이 CBS의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거나 보았더라도 자제 또는 외면하고 있을지 모른다.

필자 역시 이 사건을 단순하게 취급하는 국내 언론의 보도 방향에 따라 별 관심 없이 지내다가 우연히 인터넷에서 http://www.albasrah.net/images/iraqi-pow/iraqi-pow를 접속하고(사건 발생 뒤 폐쇄하여 지금은 접속할 수 없음. http://www.albasrah.net은 접속가능함) 까무러치게 놀랐다(위의 사이트에 실린 사진과 동일한 성고문 ・성학대 장
면이 ‘워싱턴 포스트’ 등에 의해 공개적으로 폭로되었다).

2. 미군은 해방군? 성폭행군(性暴行軍)?

우선 이라크 주둔 미군의 성격변화에 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라크 점령 당시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린 미군을 이라크의 일부 국민이 환영했다. 이라크 국민의 환영을 받으며 바그다드에 입성한 미군은 해방군으로 자처했다. 그러나 부시 정권이 세우려는 이라크 잠정정부 수립의 구도가 민중지향적인 민주주의(이슬람교를 믿는 민중의 정서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를 외면하고 친미정권을 지향하자,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점령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에 바탕을 두고 이슬람 게릴라들의 무장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어 이라크의 무장 게릴라에 대한 미군의 소탕작전이 벌어졌으며, 팔루자에서의 정면충돌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미군은 군사작전의 이름으로 팔루자 주민들에 대한 학살을 야기했다. 팔루자 학살은 이라크 주둔 미군이 학살군임을 여지없이 증명했다.

학살군으로 성격이 바뀐 미군은, 또 하나의 학살인 ‘성학대극’을 준비했다. 바그다드 부근의 미군 형무소에서 이라크인 포로에 대한 성고문 ・성학대(주1)가 은밀하게 벌어진 것이다.

이라크 전쟁 종료 1년 만에 미군은 도덕적으로 추락(해방군~점령군~학살군~포르노 군단 / 성고문 ・성학대군으로 전락)하고 있다. 미국이 베트남에서 패배한 이유는 무기의 수준이 뒤떨어진 데 있지 않다. 미군과 남베트남 정권의 부도덕성이 북베트남과 베트콩의 도덕적 혁명성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민중의 민심을 등진 악행(민중학살, 강간 등)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이라크 종전 1년에 즈음하여 미군이 학살군․포르노 군단(성 학대군)으로 전락하는 모습을 보면, 베트남에서처럼 미군의 불명예스러운 철수가 예상보다 빨리 이루어질 것 같다. 이런 마당에 미군(학살군 ・포르노 군단 ・성고문 군단)과 호흡을 맞추며 작전을 전개하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서두르는 한국군은, 파병 자체에 대하여 깊이 숙고해야 할 것이다.

3. 군대와 성

군대가 주둔하는 한 성폭행․성학대가 일어난다고 법칙처럼 말할 수 없으나, 그 가능성은 부정할 수 없다. 군대가 민중지향적일수록 성폭행 ・성학대의 비율은 줄어든다.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 군대(인민군)가 전쟁터에서 여성을 강간했다는 기록이나, (이라크 주둔 미군처럼) ‘성폭행군’이었다는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같은 시기에 한반도를 유린한 미군은 조선 여성을 강간 ・성폭행했다.

군대는 원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집단적으로 밀집해 있는 곳이므로, 정욕의 억제가 사실상 쉽지 않다.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좁은 내무반에서 스트레스에 싸여 생활하다 보니, 욕구 분출의 돌파구를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행’에서 찾는 경우가 있다. 이때 지휘관이나 군부대 자체가 도덕적으로 무장되어 있거나 목적의식 ・작전의 대의명분이 확실하면, 정욕의 개인적 ・집단적인 분출을 억제할 수 있다.

그러나 대의명분이 없는 전쟁을 벌이는 군대의 경우 정욕의 억제는 병사 개인의 도덕심에 돌려진다. 상당한 도덕력을 갖춘 장병이라면 양심에 어긋나는 성폭행을 삼갈 것이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군중심리에 의한 매춘 ・강간 ・성폭행이 일어나곤 한다. 군부대 주변의 매춘 업소는 이런 경향을 반증한다. 그러나 군대를 운영하는 국가권력의 의지에 따라 아예 매춘 ・강간 ・성폭행을 제도화하는 사례도 있다. 일본군대의 종군 위안부(정신대)의 합법화가 그것이다. 일제 군대의 종군 위안부 합법화는, 에도 시절부터 내려온 공창의 합법화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변명 섞인 해석도 있으나, 군대의 도덕적 타락임에 분명하다.

4. 이 사건을 보는 10가지 관점

그러면 미군의 성고문 ・성학대를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나?  이 질문에 대하여 아래와 같은 10가지 관점을 제시한다.

  1) 미국의 국가권력이, 성고문 ・성학대하는 미군병사를 통하여 이라크 포로에게 나타나고 있다. 지배자인 미군의 지배양식이 성학대로 드러나고 있다.
  2) 이라크 전쟁의 인간관계, 즉 미군이라는 가해자와 이라크 민중이라는 피해자의 관계가 성학대로 나타날 수 있다.
  3) 모든 군사주의는 가부장적인 남성 병사가 여성을 강간하도록 되어 있나? 혹시 여성 병사가 남성이나 동성인 여성을 성학대 ・성희롱하는 경우는 없나? 관련 사진을 보면, 여군(미군 여성)이 성학대의 가해자로 등장한다. 따라서 군사주의와 페
미니즘의 ‘가부장적인 남성문화가 만악의 근원이라’는 정식은 일부 수정될 필요가 있다.
  4) 성고문 ・성학대는 이라크 주둔 미군만이 하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의 군대, 아니 혁명을 자처하는 군대도 성학대를 할
수 있다. 유엔 평화 유지군이 코소보에서 성폭행 사건을 일으켰다. 이러한 측면에서 ‘군대와 성’의 문제를 더욱 심층적
으로 다루어야 한다.
  5) 관련 사진에서 보듯이, 미군의 동작에 타학적인 요소, 즉 ‘새디즘(sadism)’의 요소가 배어 있다. 변태적임과 동시에 타학적인 성학대를 어떤 잣대로 해석해야 하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을 도입하여 ‘항문기의 성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분출
한 성도착증’으로 보아야 하나? 아니면 미군이 남자이기 때문에 성학대를 한다는 ‘군사주의와 페미니즘’의 논리에 머물러야 하나?
  6) 논란이 많은 ‘페미니즘과 민족주의’에 관한 것인데, 외세의 군대인 미군 앞에서 이라크 민족의 구성원이 신체적으로 수
탈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하나?
  7) 민중론적인 시각에서 ‘이라크의 민중’과 ‘제국 미국의 군대’의 대결선상에서 성학대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나?
  8) 어떤 관점으로 접근하든 ‘이라크에 자유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파병된 미군’의 성학대 장면은, 이라크인에 자유
는커녕 성폭행을, 민주주의는커녕 ‘포르노 군단의 반민주성’을 부각시켰다.
  9) 한국군이 이라크에 파병된다면 ‘포르노 군단’이 될 확률이 영(zero)인가? 베트남 전쟁 때 파병된 한국군의 성폭행 사례
가 이라크에서 재발되지 말란 법이 없다.
  10) 이라크처럼 군사적으로 종속될 경우 민중의 신체가 타격을 입는다. 식민지 이라크의 백성들이 몸뚱이로 저항하다가 체포되거나 포로가 되면, 사진에서처럼 성고문 ・성학대를 받을 수 있다. 이때 민중의 신체를 어떤 시각에서 보아야 하며,
가해자인 미군의 신체는 어떤 측면에서 바라보아야 하나?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29호(2004.5.3.)

5. 이라크의 ‘아랫것들’이 성학대 당했다

일반 언론매체처럼 성학대 사건의 피해자를 ‘이라크 포로’로 규정하면 너무나 단순하다. 가해자인 미군에 의해 성학대를 당한 관계를 설정하는 개념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라크 포로’에는 가해자(미군)와 피해자의 ‘성을 에워싼 지배-피지배 관계’가 깃들어 있지 않다. 미군은 이라크의 권력을 쥔 자로서 성학대를 저질렀다. 따라서 ‘성을 에워싼 지배-피지배 관계’에 ‘권력’이 내재되어 있다.

그렇다면 ‘성을 둘러싼 권력의 피지배자인 이라크 포로’를 어떠한 사회과학적인 개념으로 파악해야 하나? 그냥 민중이라고 하기에 싱겁다면 ‘제3세계 민중’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제3세계 민중의 일원(一員)인 이라크 포로’가 제국 ‘미국’ 군대의 일원(미군)에 의해 성학대를 받았다고 보아도 괜찮을 듯하다. 그러나 이렇게 설명하면 관계의 그물망이 너무 커진다.

여기에서 스피박(Gayatri Chakravorty Spivak)의 ‘하위주체(Subaltern)’ 개념을 적용하면 어떨까? 스피박이 말하는 subaltern을 하위주체로 번역하면 좀 고답적인 듯하다. 우리말에 흔한 ‘아랫것들’로 옮기면 어떨까 생각한다. 미국의 이라크 점령체제의 아랫것들(이라크 식민지 백성) 중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의 포로들이 집중적으로 성학대를 당했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아닌 듯하다.

먼저 스피박이 말하는 ‘subaltern’이 무슨 뜻인지 소개한다. ‘subaltern’은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글에서 유래하는데 계급, 카스트, 젠더, 인종, 언어, 문화와 관련된 종속성을 함축한다. 이 단어에서 sub는 ‘하위’나 ‘하부’의 뜻을 갖는 동시에 substance에서의 sub처럼 우리 눈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공기처럼 우리를 우리로 존재하게 하는 소중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실체를 가리킨다.

인도에서 1982년에 출범한 ‘하위주체 연구회’는 엘리트 중심의 식민주의적 인도 역사기술을 비판하며 농민과 같은 하위층을 전면에 내세우는 역사기술을 시도한다. 하위주체와 엘리트가 어떻게 서로 상호작용하고 서로의 경계를 가로지르는가에 관심을 가질 때, 식민담론의 틈새와 모순의 효과로 출현하는 하위주체를 지배담론에 압력을 가하는 일종의 저항적 차이로 설정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하위주체 개념은 마르크스의 프롤레타리아 혹은 기층민중 개념과 어떤 차이를 갖는가? 우리 사회에서 기층민중 개념은 1970년대, 1980년대에 주로 쓰였으며 생산과 임노동 중심이라서 성, 인종, 계급, 성적 취향, 종교 등의 축에 따라 전 지구적으로 엮이고 얽히는 복잡하고 다원화하는 21세기 현실의 다층들과 문화적 변동들을 담아낼 수 없다. 대신 하위주체는 생산 위주의 자본주의 체계에서 중심을 차지하던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물론 성, 인종, 문화적으로 주변부에 속하는 사람들을 포괄할 수 있다. 말하자면 하위주체는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가능성을 복합화하고 확대한 것이다.(주2)

그런데 이라크 포로들을 그냥 ‘하위주체(아랫것들)’로 부르면 부족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추측건대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에 수감중인 이라크 포로 중 상당수는 ‘미군의 점령체제에 저항한 혐의’로 잡혀 온 ‘아랫것들’일 가능성이 있다. 정치적 이유나 종교적인 이유로 미국 점령체제에 저항해 온 투사들이 성고문 ・성학대의 대상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 투사들은 현재 이라크 전역에서 활약하고 있는 반미 민중운동 세력, 게릴라 부대, 이슬람 전사 조직과 일정한 연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정보부대는 이들 포로들의 주리를 틀어 반미 민중운동 세력에 관한 정보를 캐려 했을 것이고, 가장 효율적인 고문 수단으로 성학대를 일상화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성학대 당한 일부 이라크 포로는 단순한 시민
(양민)이 아니라 저항의 주체, 즉 반미 투사, 해방운동의 투사, 민족봉기(Intifata)의 투사이다.

위에서 ‘저항의 주체’를 강조하는 이유는 subaltern 개념에 ‘저항의 주체’라는 요소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네그리와 마이클 하트가 {제국}(2000)에서 주장하듯 전 지구적 현실에서 이제 제국주의가 아니라 ‘제국’에 실질적으로 맞서야 한다고 할 때 그것은 지구적 연대를 상상하고 실천하지 않고서는 힘들다.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전 지구상에 다양한 형태로 흩어져 있지만 눈에 보이지는 않는 거대한 영역을 담아내고 담론화해서 자본의 논리에 희생당하고 착취당하면서도 자본의 논리를 거슬러 갈 수 있는 저항적 주체성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스피박은 전지구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하위주체를 내세우면서 몇 중으로 침묵되고 가려져 있는 제3세계적 포지션에 처해 있는 보통 여성, 즉 하위주체의 젠더화 과정에 따른 젠더화된 하위주체의 ‘말하기’를 중시한다.(주3)

이와 같은 ‘하위주체의 젠더화 과정’을 따라 ‘이라크 성학대 사건의 피해자’인 이라크 여성 포로(수감자)의 정황을 분석하면 어떨까?

스피박의 저서인 {다른 세상에서(In Other Worlds)}에는 두 편의 인도 단편소설에 대한 번역이 실려 있다. 그중에서도 「한없이 너그러운 두올로티」는 독립 후 인도여성이 하위주체로서 몸으로 겪어야만 했던 신(재)식민지화의 참상을, 독립 전에 독립운동의 일환으로 농민반란에 참가했던 인도 하위주체 여성이 겪는 성적인 침해의 고통을 그려 주고 있다.

두올리티는 아버지가 진 빚 300루피[8천 원] 때문에 유곽으로 팔려 간다. 이 고리대 빚은 한 세대에 갚지 못하면 다음 세대로 대물림 된다. 이처럼 빚에 팔려서 유곽으로 흘러들어 간 여성들은 ‘카미야(Kamija) 성노동자’라고 불리는데 ‘가족’에 저당 잡혀 매춘을 하는 셈이다. 카미야가 된 인도여성들은 포주 키샨찬드, 영국인 사장, 인도 하위주체 남성들로부터 성적 ・경제적으로 착취된다. 두올로티는 8년 동안 4만 루피를 벌어서 포주에게 바치느라고 쇠약해진 몸인데도 계속 하루에 다섯 명에서 스무 명의 손님을 받다가 병들자 유곽에서 쫓겨난다. 몸이 완전히 망가진 두올로티는 고향으로 가는데 인도독립 기념일을 축하하느라고 학교 운동장에 그려 놓은 인도 지도 위에 몸을 눕히고 마지막 남은 피를 모두 쏟아 낸 다음 그 위에서 죽는다.(주4)

스피박이 말하는 인도 여인 두올로티와 (아부 그라이브 형무소에서 성폭행당한) 이라크 여인이 거의 비슷한 고난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그들은 동일한 ‘아랫것들(subaltern)’이 아닐까?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31호(2004.5.14)

6. 어떤 민간기업의 지시에 따랐나?

2004년 5월 8일자 {워싱턴 포스트}는 성고문 ・성학대 사건으로 고발된 미국 여자 병사(잉글랜드 일병: 여성 기술병)와 이메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 잉글랜드는 발가벗겨진 이라크 남성의 ‘그것’을 향해 손가락질을 한 여군이다.

그녀는 정보장교의 지시에 따라 심문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학대를 계속한 실태를 밝혔다. 그녀는 나체의 이라크 남성의 머리를 끈으로 동여매고 개 취급한 다른 여군과 함께 헌병대에 속해 있다. 잉글랜드는 {워싱턴 포스트}에 보낸 이메일에서 “헌병이 하는 일은 포로(수감자)들을 잠재우지 않고, 참혹한 꼴을 당하게 하는 것이었다.”고 지적하면서 “육군 정보장교나 CIA 요원, 심문을 맡은 민간기업 사원들로부터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서 육군 정보장교나 CIA 요원 등은 군 ・정보 계통의 인물이어서 이채롭지 않으나 ‘민간기업 사원들’이 등장하는 게 이상하다. 그렇다면 성고문 ・성학대를 지시한 민간기업은 도대체 어떤 기업을 말하나?

일상적으로 “이라크의 전후복구 사업을 위해 미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학대 ・성고문을 상업적으로 하는 기업이라도 있단 말인가? 성학대 ・성고문 방법을 가르쳐 주는 회사라도 있다는 말인가?

이 의문을 풀기 위해 ‘전쟁 청부 기업(PMC)’에 관한 아래의 글을 참고하기 바란다:
“미국은 확장되는 ‘신제국(新帝國)’의 범위를 지키며 군사적 우위를 활용하고 ‘일련의 위협적인 첨단무기群(an awesome array of new high-tech Weaponry)’을 개발하며, 이 무기군의 활용을 수십개의 사설 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의 전문가들에게 대행시키고 있다.

이라크를 점령한 14만 명의 미군과 2만 2천 명의 영국군에 의한 단기간의 전투승리와 유전의 안전확보는, 민간 군사계약 기업활용의 성패를 시험하고 있다. 디지털 전쟁, 컴퓨터 네트워크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번 전쟁에서 유전의 파괴가 거의 없었다(걸프전 당시에는 320곳의 유전에 불이 났다). 이라크 전쟁은, 컴퓨터 서비스, 유전 서비스 등의 민간기업과 그 기업 전사(戰士)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럼스펠드 국방장관, 체이니 부대통령, 부시 대통령, 파웰 국무장관 등은 펜타곤과 관련이 깊은 기업의 사외 ・사내 중역, 때로는 최고 경영자가 된다. 이들은 미국 주식회사의 경영 테크노크라트(technocrat)의 입장에서 펜타곤을 경영한다. 비즈니스맨 출신의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펜타곤의 CEO(경영 최고 책임자)로 일컬어지며,미국 군장비의 첨단화 ・민간 첨단기업의 군사기술 흡수와 민간기업의 활용을 정력적으로 하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네트워크 전쟁이 거론된 것은 1990년대부터이지만, 1991년의 걸프전쟁 때는 병사 1백 명 중 한 사람이 민간기업 출신 기업 전사였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에서는 10명 중 한 사람 이상(13%)이 기업 출신 전사였다.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인 제압이 끝난 뒤에도 전투원이 잔류하고, 점령지의 치안 유지 ・부흥에 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세계정세 아래에서 군복을 입을 필요가 없는 기업 전사의 수비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유전의 보위 ・부흥, 신규 원유 수송관 건설, 테러 예방이 이라크 전쟁의 구도이다. 이 구도 속에서 해리버튼의 켈로그 ・브라운 & 루트(KBR), 벡텔 등의 독무대가 이루어지고 있다.민생기술에서 전용한 첨단무기 ・IT무기의 조작은, 민간 엔지니어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IT 거품의 붕괴 ・과잉 서비스 공급 아래의 가격인하 경쟁으로 고전하는 정보통신 업계에 있어서도 펜타곤은 ‘지옥 속의 부처님’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펜타곤 사업의 2003 회계연도 수주액 중 록히드 ・마틴(219억 달러), 2위 보잉(173억 달러), 3위 노스롭 ・그라만(111억 달러), 4위 제네랄 ・다이나믹스(82억 달러), 5위 레이시온(79억 달러), 6위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45억 달러)까지는 예전과 마찬가지이고, 軍・産 복합체 기업의 과점화(寡占化)를 나타낸다. 현재 7위에 KBR(39억 달러)이 들어가고 8위의 GE(28억 달러)에 이어 9위가 사이언스 ・어플리케이션즈 ・인터내셔널(26억 달러)이 올라 있다. 10위가 된 컴퓨터 서비스(CSC: 25억 달러)는 지난해에는 21위였다.

CSC는 펜타곤과 연결된 PMC로서 급속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현지 군사 서비스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다인 코프(Dyn Corp)를 2002년 말에 10억 달러로 매수했다. 다인 코프는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의 경호를 담당하며 암살을 미연에 방지하는 능력으로 유명하다.

실리콘 밸리에서 태어난 통신 신흥기업인 L-3 컴뮤니케이션즈(L-3 communications)는 1987년에 퇴역 고급군인 집단이 창립했으며, 현재 세계 수십 개 나라에서 활동하는 고도 군사 컨설턴트, 훈련・교육 회사인 MPRI(Military Professional Resources Incorporated)를 2000년에 3,500만 달러에 매수했다.

럼스펠드는 민간기업에 전투를 아웃소싱 해 줌으로써 원가를 낮추는 노선을 새롭게 취하고 있다. 부시-럼스펠드 군사전략의 참모들 대부분은 기업가이기도 하다. 군사참모의 최상위직으로 네오콘 대표인 펄(전 국방성 정책고문)은, 통신회사 ‘글로벌 크로싱’과 (국방 데이터를 서비스하는) 오토노미 社의 사외 중역이다. 퇴역 해군제독인 데이비드 ・E ・제레미 씨는Technology Strategy 社의 사장이다.

이처럼 정부 ・펜타곤 수뇌부에 있는 사람들이 軍・産 복합체 확장의 비즈니스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 전형적인 예가 체이니 부대통령이다. 체이니는 국방장관 시절부터 육성한 해리버튼의 KBR에서 사설 군사기업(PMC: Private Military Company)의 대표자 노릇을 했다.

KBR의 기업 전사(戰士)들은 미국의 최첨단 무기를 유지 보수해 왔으며, 사용방법을 미군에 가르쳤다. KBR은 이란, 아프가니스탄, 코소보, 보스니아, 아이티에서 미군을 배후에서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이라크에서 KBR의 존재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재 이라크 점령 당국의 미국 담당관 1천 명과 수십만 명의 미군은 식량에서 잠자리까지 모든 것을 KBR에 의존하고 있다. 미 공병대도 KBR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있으며, 원유 및 원유 수송관의 유지 보수 전반을 KBR이 차지하고 있다(82억 달러의 계약).

KBR의 최대의 사업은, 1999년 7월에 완성된 발칸 반도 최대의 군사기지 ‘본스틸’의 건설이다. 이 기지는 발칸 반도를 횡단하여 카스피해~흑해(불가리아의 불가스 항)에 이르는 원유 수송관의 가까이에 있다. 해리버튼 본사가 있는 텍사스 주의 석유 전문가들은 체이니를 ‘군사-석유 복합체(the military petroleum complex)의 대부’라 부르곤 한다.

KBR은 최근 10년간 지구상의 극지, 정치적으로 위험한 지역에서 싸우는 미군에게도 식량 ・무기 ・안식처를 제공하고, 미국의 세계적인 反테러 작전의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 체이니 부통령은 백악관의 최고 실력자로서 KBR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지원한다.”

위의 글에서 보다시피 이라크 전쟁의 만능 민간기업인 KBR은, 체이니 부통령<이라크 전쟁을 원격조종하는 네오콘(Neo Con)의 수장>이 적극 지원하는 기업이다. 그렇다면 KBR로 대변되는 사설 군사기업(PMC)과 ‘잉글랜드가 말하는 기업(성학대를 지시한 민간기업)’은 다른가? 같은가?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31호(2004.5.14)

7. ‘정신분석’으로 풀어 본 성학대

미군의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학대는 기본적으로 제국 ‘미국’의 제3세계 민중(이라크 민중)에 대한 성적인 학대이다. 즉 성을 통한 제3세계 민중의 학대(성적인 착취)이다. 이라크는 미국에 의해 ‘악의 축’ 국가로 지정되어 있으므로, 제국 ‘미국’에 의한 ‘악의 축 국가의 구성원(국민)’에 대한 성적인 착취라고 규정해도 좋을 듯하다. 성학대 사건이 미군 당국에 의해 조직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면 더욱 그렇다. 제국의 군대가 성학대의 조직적인 주체가 된 사건이어서 충격이 더욱 크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 등 미국의 권부는 이라크 주둔 병사 중 망나니들이 벌인 잘못으로 축소하려고 하나, 이미 조직적이고 일상적으로 이라크인에 대한 성적인 학대가 전개되어 왔음이 계속 폭로되고 있다.

성학대 사건은 제국의 군대(이라크 주둔 미군)가 제3세계 민중(이라크 민중)을 3류 인간이나 인간 이하로 취급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제국 미국의 제3세계관, 세계관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만든다. 부시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미국(제국 ‘미국’)은 세계를 ‘우리들’과 ‘놈들(우리들에 비하면 형편없는 놈들)’로 구분하여 지배하고 있다. ‘우리들’의 범주에 드는 세력은 미국, 친미 서방국가, 친미 국가군(일본, 한국 등), 친미 제3세계 국가이며, 미국의 ‘Power Elite<백인의 앵글로 색슨 프로테스탄트(WASP), 유태인, 초국적 금융 독점 자본가, 군수 자본가 등>’가 이들 국가군을 총괄한다. 미국이 이끄는 이들 국가군(國家群)의 이데올로기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군사주의’의 합성체이다.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생략하고 ‘자유주의+자본주의의 합성체’가 ‘군사주의(軍・産 복합체)’와 만나면서 폭력지향적으로 변하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자유주의+자본주의’의 폭력성이 신자유주의로 나타나고 있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으며, 국가권력(부시 정권)이 신자유주의의 폭력성을 수렴하는 권력 장치이다. 이 권력장치(부시 정권)가 군사력을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신자유주의 폭력성의 군사화(군사주의화)가 과잉 표출된다. 결국 부시 정권은 ‘자유주의+자본주의’의 폭력성과 ‘군사주의(軍・産 복합체가 군사주의의 주동자임)’의 폭력성이 (제곱으로) 중첩되어 성립된 ‘폭압 정권’이다.

이 폭압 정권의 강권(强權: power / Gestalt)이 성폭력으로 둔갑하는 것은 순간적인 일이며, 특히 미군 형무소와 같이 밀폐된 곳에서 성학대로 나타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이다. 그러면 앞에서 언급한 ‘놈들’은 누굴 지칭하나? 일단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를 신념체계로 갖지 않은 국가 ・집단 ・개인이다.(주5)

여기에서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를 신념체계로 갖지 않은 국가 ・집단 ・개인 중에서 미국을 곱게 보지 않고 미국을 향해 삿대질하며 미국을 비난하는 세력들이 있다. ‘악의 축’ 국가들(이라크, 이란, 북한, 시리아, 쿠바 등) 및 ‘악의 축’ 국가와 연계된 원리주의 무장 세력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들 악의 축 ‘놈들’은 ‘우리들’과 다른 신념체계를 갖고 있다. 중동의 악의 축 놈들은 이슬람 종교 체계를 신봉하며 (부시가 신봉하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맞대결하고 있다(이런 현상을 헌팅턴이 잘못 보고 ‘문명의 충돌’을 언급했다). 동아시아의 악의 축 ‘놈’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주체사상이라는 다른 신념체계를 통해 미국의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군사주의’에 대항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 중동의 악의 축 놈들(후세인 정권, 이란 정권, 시리아 정권)과 동북아시아의 악의 축 놈(김정일 정권)을 동시에 죽이려는 전략이 ‘중동과 한반도라는 두 개의 전쟁터에서 동시에 승리하는(win-win war) 전략’이다. 후세인 정권과 김정일 정권을 동시에 붕괴시키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은 9 ・11 사태라는 절호의 기회에 편승하여 구체화된다. 9 ・11 사태 발생 직후 부시는 전 세계를 향해 ‘우리들’ 편에 서든지 ‘놈들’의 편에 서든지 양자택일하라고 강요했다. 이렇게 강요하는 억압구조 안에 이미 ‘우리들’과 ‘놈들’을 가르는 ‘편집증적인 2분법’이 깃들어 있다. ‘우리들’은 정의이고 ‘놈들’은 악당이라는 정신병적인 편집증이 내재해 있다는 말이다.

그 이후 9 ・11 사태를 계기로 발생한 아프간 전쟁과 이라크 전쟁 및 (이라크 전쟁 이후에 내정된) 북한과의 전쟁은, 정신병적인 편집증의 소산이다. 이런 편집증을 정신분석적으로 분석하면, 미숙하고 원시적인 세계관에 젖은 미숙아의 정신구조가 드러난다.
9 ・11 사태 이후 세계를 2분법적으로 구별하여 ‘놈들’을 타도하려는 부시의 발언(이라크 전쟁이 십자군 전쟁의 재판이라는 발상)은, 미숙아들의 원시적인 방어기제(防禦機制)가 상당히 강하게 남아 있음을 증명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라크 전쟁은 정신 미숙아 ‘부시’가 세계를 2분법적으로 경영하면서 발생한 ‘더러운 전쟁(dirty war)’이다. 이라크 포로에 대한 성고문 ・성학대 사건 역시 미숙아 부시의 아류들(epigonen)이 벌인 ‘더러운 성학대극’이다.

이 ‘더러운 성학대극’은 ‘우리들’과 ‘놈들’을 구분지어 ‘놈들’은 성학대 ・성고문해도 좋다는 발상에서 나온 작태이다. 성스러운 ‘우리들’은 악의 축 ‘놈들’을 성학대 ・성고문할 권리 ・의무가 있다는 정신도착증의 결과물이다.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군사주의’의 성도착 증세를 반영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국의 타락이 성적인 도착을 통해 드러난 게 심각하다는 이야기이다.

‘나(우리 미국)’만 우등생이고 ‘남(특히 악의 축)’은 열등생이라는 미숙아의 정신구조가 성학대 ・성고문 사건의 뿌리에 있다. 타자(他者) ・타 문화(이슬람 문화 등)와의 평화 공존 ・상생(相生)을 꿈 조차 꿀 수 없는 부시 정권이 존재하는 한, 제국의 성도착 현상인 ‘성고문 ・성학대’는 그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평화를 애호하는 인류는, 부시 정권을 정신병동에 보낸 뒤(국제형사 재판소에 전범으로 제소할 수 없으므로 정신병동에 보낼 수밖에 없다) 미숙아의 정신병(미군의 성도착증)을 치유하기 위해 격리수용해야 한다.

* 출처={평화 만들기(http://peacemaking.kr)} 132호(200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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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註)>
(주1) 국내외의 언론매체가 ‘이라크 포로에 대한 학대’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가 얻은 자료에 의하면 단순한 학대가 아닌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성고문이자 성학대이다(성을 도구로 삼은 고문 ・학대). 성학대가 혹평이라면 ‘성추행’, ‘성모멸’ 정도의 단어가 떠오를 텐데 이 정도의 표현으로 미흡한 느낌이다. 비록 ‘성모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라도 ‘가학성 변태성욕(sadism)’에 의한 성도착증이 나타나므로 ‘성학대’로 포괄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을 듯하다.
(주2) 가야트리 스피박 지음, 태혜숙 옮김 {다른 세상에서(In Other Worlds)}(서울, 여이연, 2003) 541~542쪽 요약.
(주3) 위의 책, 543쪽.
(주4) 같은 책, 545~546쪽.
(주5) 때로는 ‘자유민주주의+자본주의’를 신념체계로 갖고 있더라도 하대할 때가 있다.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this man’이라고 부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처럼 쉽게 길들여질 것 같으면 ‘easy ma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우리들’ 안에도 등급이 있으며 이 등급의 하위권에 속해 있는 한국은 ‘these men / easy men’의 집합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