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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미시령-진부령

김승국 2021. 4. 15. 15:36

한계령-미시령-진부령

평화로 가는 길 (18)

 

 

김승국(평화 연구활동가)

 

 

평화가 하늘이다[和乃天]

 

어제는 양구를 거쳐 인제의 원통면을 지나 (설악산쪽 백두대간을 넘는) 한계령미시령진부령에 갔다. 맨 뒤에 도착한 진부령을 넘어 고성군청까지 간 뒤 동해 고속도로로 김유정역까지 왔다. 하루 종일 300km 이상을 주행하는 고단한 여정이었다.

 

속초 IC에서 끝없이 나오는 터널 가운데 가장 긴 것이 인제양양 터널(12km)인데 터널 중간지점의 벽에 백두대간을 달리고 있습니다는 신호가 뜨는 것을 보고 백두대간과 평화통일에 대하여 생각해보았다.

 

한계령(오색령) 정상(해발 920미터)의 표지석과 멀리 보이는 설악산 줄기.

 

한계령미시령진부령 부근의 백두대간이 설악산을 중심으로 펼쳐지므로 설악산이 가장 중요하다. 백두대간-한계령미시령진부령-설악산이 통일과 관련된 지리적인 위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은 분단장벽의 동쪽에 있어서 서부중부에 있는 파주~철원지역에 비하여 군사경제적으로 덜 중요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통일의 과정 속에서 남북의 백두대간이 연결되어 한반도의 허리가 제대로 펴진다면 상황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통일의 물리적인 측면에서 지리적 통합이 긴요한데, 백두대간이 이어지면 통일된 백두대간을 따라 한반도의 산줄기물줄기와 (산줄기물줄기를 따라 전개되는) 마을들의 통합이 새로이 이루어질 것이다.

 

진부령 정상의 도로 표지판.

 

이러한 통합의 고리가 설악산 권역과 금강산 권역의 합성인데, 지금까지 나온 설악산-금강산 잇기의 발상(연구 논문 포함)이 지리적 특성(땅이 갖는 정치지리적 성격)을 소홀하게 다룬 채 인간들(남북한의 구성원) 사이의 교류에 치우친 듯하다. 그리고 여러 논문에서 설악산과 금강산의 생태연결에 대하여 언급하는데, 두 개의 산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생태적으로 연결된다고 판단하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여 한계령미시령진부령의 현장에 가본 것이다. 현장에 밀착하여 생각할수록 설악산 권역과 금강산 권역의 합성은 먼 나라 이야기인 듯하다. 현재의 분단장벽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202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