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도시-평화 마을/접경 평화

헤매다 발견한 '돌산령 평화 누리길'

김승국 2021. 4. 7. 14:39

헤매다 발견한 '돌산령 평화 누리길'

평화로 가는 길(17)

 

 

김승국(평화 연구활동가)

 

평화가 하늘이다[和乃天]

 

어제는 차의 머리를 양구의 해안면[지형이 펀치볼(punch bowl; 화채 그릇)’처럼 생겼다고 하여 펀치볼 마을이라고도 부름]으로 돌렸다. 해안면에 있는 평화 누리길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하여 차를 달렸다. 양구 통일관 옆의 펀치볼 평화 누리길 안내소(해안면에 있는 4개의 평화누리길 출발점)’로 갔으나 코로나로 문을 닫아서, 안내소 앞의 누리길 안내판을 본 다음에 맨 먼저 인제의 서화리 가는 고갯길로 향했다. 거기로 가면 무언가 있을 것 같아서...

 

해안면에 있는 4개의 평화 누리길 안내도

 

가는 길에 맨 처음 나타나는 것이 만대벌판길로 이어지는 자전거길 이었다. 이 자전거길을 지나 서화리 가는 고개를 넘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등산복 차림의 노부부가 길을 걷고 있었는데, 그 부부에게 다가가서 물어보니 자신들도 평화누리길을 찾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차를 돌려 고갯길을 넘어 다시 해안면 쪽으로 되돌아오는데, 길 왼쪽에 나무 장승처럼 보이는 것이 있어서 다가가니 먼멪재 길을 알리는 표지판이었다. 그래서 먼멪재 길의 윤곽을 어렴풋하게 파악하게 되었다.

 

이어 차를 달려 앞에서 소개한 만대벌판 길의 자전거길로 들어갔다(이 자전거길은 평화 누리길이지만, 주민들의 農路로 더 많이 이용되므로 내 차의 통행도 별 문제는 없는 듯했다). 이 길의 바닥에 赤黃色의 도료가 발라져 있는데, 이는 평화 누리길임을 알려주는 신호이었고 드문드문 자전거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왼쪽의 시냇물을 따라 난 赤黃色 자전거길은 만대벌판길과 오유밭길이 겹쳐지는(두개의 길이 공존하는) 곳이었고, 계속 따라 가보니 만대벌판길의 펀치볼 전망대 가는 길(왼쪽)과 야생화 쉼터 가는 길(오른쪽)의 분기점이 나왔다.

 

펀치볼 전망대 가는 길은 지난번 만대벌판 길을 탐방할 때 지나쳤으므로, 이번에는 오유밭길과 연결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야생화 쉼터 가는 쪽을 선택했다(오늘의 목표는 오유밭길의 전모를 파악하는 일이다).

 

잠시 호흡을 조절한 뒤 조금 더 달려가 보니 지난번 만대벌판 길을 갈 때 주차했던 만대 저수지가 나왔다. 만대 저수지가 보이는 쉼터에서 잠깐 쉰 뒤, 다시 차를 달려 ‘DMZ 자생식물원의 입구를 지나 해안면 쪽 길로 쭉 내려가니 펀치볼 야생화 공원에 당도했는데, 알고 보니 이 공원은 오유밭길과 관련이 있는 야생화 쉼터는 아니었다(결국 야생화 쉼터를 찾지 못함).

 

야생화 쉼터가 오유밭길의 실체에 접근하는 열쇠인 듯했으나, 야생화 쉼터를 찾지 못하여 허탈했다. 허탈한 마음으로 주민들의 농토가 있는 급경사의 소로를 갈지자 걸음처럼 왔다갔다 했으나 오유밭길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멀리에 보이는 산 위의 전망대가 오유밭길과 연관이 있을 듯하여, 다시 DMZ 자생식물원 쪽으로 되돌아가 돌산령 터널 가는 길에 올라탔다. 그전부터 돌산령 터널 가는 길의 왼편에 난 옆길이 산 위의 전망대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하여, 옆길로 들어섰다. 들어서자마자 깨끗하게 포장된 2차선 도로의 오른쪽에 자전거 길이 있고, 자전거길의 위쪽에 평화누리길이라고 크게 표기한 안내판이 보였다. 그리고 조금 더 가니 오유밭길 가는 통로(지금은 폐쇄중)가 보이고 왼쪽의 계단으로 올라가면 산 위의 전망대(부부 소나무 전망대로 펀치볼의 전경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데, 지금은 통행 불가능)가 살짝 보였다.

 

 

해안면 쪽 돌산령 고갯길 초입에 세워둔 내 차가 정차한 곳(파란색의 자전거 길)이 평화 누리길이다. 평화 누리길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된 평화누리길을 본 적이 없어서 무작정 꼬불꼬불한 고갯길을 올라가보니 돌산령 정상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해발 700미터 정도(?)되는 돌산령 정상 부근의 전망대에서도 펀치벌이 한 눈에 들어왔다.

 

돌산령 정상에서 내리막길로 한참 내려오니, 지난해 겨울 대암산 용늪 입구의 철조망이 보였다. 지난해 겨울 돌산령 터널의 오른쪽에 난 小路에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며 무심코 올라가보니 대암산 용늪 가는 길의 입구 철조망이 나타났는데, 이 철조망의 왼쪽 길이 군사용 도로인 것 같아 더 이상 오르지 않고 내려왔는데, 오늘 보니 바로 이 길로 계속 올라가면(오는 내가 온 길과 역순으로 고개를 오르면) 양구의 해안면(펀치볼)이 나온다는 사실(비아리 쪽 돌산령 터널의 오른쪽 小路부터 시작되는 고갯길을 계속 타고 올라가면 돌산령 정상이 나오고, 정상에서 계속 하산하면 해안면 쪽 돌산령 터널이 보인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돌산령 터널이 생기기 이전의 옛길이 있음을 몇 개월 만에 깨달은 둔감함에 놀라고, 동시에 이 옛길이 지금은 평화 누리길로 부활하고 있어서 퍽 반가웠다. 해안면의 누리길(특히 오유밭길)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 하루 종일 헤매다가 돌산령 옛길-평화 누리길을 발견하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20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