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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연구(이론)-평화학/생태평화-생명평화

생명평화의 관점에서 본 북한 핵문제

김승국


핵무기의 인류 절멸(genocide) 가능성 즉 핵무기에 의한 ‘죽임’을 문제 삼는다. 핵무기의 사용(핵무기 투하)에 따른 가해자-피해자 공방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맴도는 한계를 넘기 위해, (자연-인간의 공멸을 초래할) 핵무기 체제의 反생명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면서 반핵평화의 논리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1. 존 웨인은 누가 죽였나?


존 웨인이 영화 촬영한 유타 주(洲)의 세인트 조지 시(市)는 네바다 주(洲)와의 접경지대에 있다. 네바다 사막에서 실시한 대기 중 핵실험은 대단히 광범위한 지역에 죽음의 재를 뿌렸는데 유타 주에도 이 죽음의 재가 날아갔다. 당시 미국정부는 인구가 밀집한 지역에 죽음의 재가 확산되지 않도록 했다. 네바다 근처, 특히 할리우드가 있는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를 피하기 위해 바람이 캘리포니아 주를 향해 불 때는 단 한 번도 실험을 하지 않았다. 이 원칙은 또 네바다 주 내에서 가장 남쪽에 있는 도박의 도시 라스베가스에도 적용되었다. 이렇게 네바다 주의 서쪽 캘리포니아와 남쪽 라스베가스가 제외되면 북동쪽에 펼쳐지는 부채살 모양의 지역만이 개방될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북동쪽으로 바람이 불 때만 원폭실험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 네바다 주와 애리조나 주의 일부와 유타 주 전역에만 죽음의 재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세인트 조지는 죽음의 재가 쏟아지는 핵 실험장에서 아주 가까운 위치에 있다. 실험장의 북동쪽은 이렇게 위험한 곳이었지만 지금까지 말한 것은 모두 종이 위에 그린 평면적이고 단순한 거리와 방향에 대한 설명에 불과하다. 실재의 지역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다. 들쑥날쑥한 상태를 입체적으로 설명해보자. 이 지대의 형상을 머리에 그려 보기 위해 말발굽(馬蹄)을 앞에 놓아보자. 말발굽의 중심부는 광활한 분지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심 남쪽에 핵실험장이 있다. 이 일대는 거의 불모의 사막지대라고 생각해도 좋다. 이런 기복이 있는 말발굽 안으로 영화「정복자」로케를 하기 위해 존 웨인 일행이 들이닥쳤다. 세인트 조지 시는 바로 말발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로케 팀은 죽음의 골짜기를 지나서 말발굽 안으로 들어왔다.


죽음의 골짜기(Death Valley)는 100여 년 전 금광을 찾아 나선 사나이들이 이 사막지대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차례로 죽어간 데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러면 이러한 말발굽 한가운데서 그것도 바람이 북동으로 부는 날만 골라서 원폭을 터뜨렸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죽음의 재’는 세인트 조지를 향해서 흘러가다가 로키산맥의 높은 벽(3,999m가 넘는 산맥)에 막혀 세인트 조지에 낙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정복자」로케이션이 있었던 스노우 캐넌처럼 바람이 불어 닥치기 쉬운 골짜기는 죽음의 골짜기로 돼버렸다. 죽음의 재는 산골짜기에 특히 많이 쌓였다. 버섯구름을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간 죽음의 재는 눈과 비에 젖어서 산골짜기에 더 많이 쏟아졌다.


드디어 1954년 6월에「정복자」로케 팀은 방사능 오염이 가장 심했던 스노우 캐넌으로 들어와 생활을 시작했다. 주연배우[존 웨인] 이외에 스텝ㆍ캐스트 220명, 시부윗트족 인디언 300명, 900명의 엑스트라 등 모두 1천 4백 명이 넘는 대집단이 90일 동한 함께 생활했다. 수잔 헤이워드[영화「정복자」의 여자 주인공]는 무용감독 로버트 시드니에게 6주간이나 칼춤 렛슨을 받았고 존 웨인의 얼굴 몇 센티 거리를 두고 칼이 스쳐 지나갈 만큼 아슬아슬한 춤을 추었다.


영화의 장면은 절반이 야외의 활극으로 짜여져 있었다. 기간은 6월에서 8월 한참 더울 때, 장소는 유별나게 더운 유타 사막지대, 촬영은 모두 야외. 그런데 거기는 죽음의 재가 내려쌓인 곳이다. 시대 고증을 담당한 에어린 머레이는 “칭기즈 칸 부족은 모두 말을 타고 있다. 도보군대는 한 사람도 없다”고 요구함에 따라 말을 탄 군인들이 모래먼지를 일으키는 대활극이 벌어졌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래먼지를 가슴 가득히 마셨다. 시대 고증가는 또 다음과 같은 점도 요구했다. “몽고 부족은 절대로 의복을 바꿔입지 않는다. 또 물귀신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목욕을 절대 안한다. 그래서 100m나 멀리 있어도 그들에게서 악취가 풍겼을 정도다.”


영화 스크린에서까지 고약한 냄새는 나지 않았다해도 존 웨인 일행은 무지하게 더러운 모습으로 지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는 서로 모래먼지를 끼얹어 아주 더러운 몰골로 분장했다. 존 웨인은 이러한 행위를 당연하게 생각하고 더욱더 자부심을 가졌다.


클라이막스 장면의 촬영은 10일간이나 계속되었다. 스노우 캐넌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그리하여 그 전 해에 감행된 ‘더티 해리’ 핵실험으로 오염된 모래 속에서 전개된 90일간의 로케이션은 막을 내렸다. 스탭과 캐스트 220명 시브윗트족 인디언 300명에게는 벌써 해답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2배에 가까운 나머지 900명의 엑스트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아마 틀림없이 [존 웨인과] 똑같은 피해[죽음]가 있었을 것이다. 총인원 1천4백여 명의 영화 관계자는 핵폭발의 ‘섬광’과 ‘폭풍’과 ‘열선’이 아닌 ‘죽음의 재’를 체내에 섭취함으로써 불행[암 발병ㆍ사망]을 맞아들인 것이다.
 

스펙터클 영화「정복자」와 서부영화「네바다 스미스」두 작품에 나온 존 웨인과 스티브 맥퀸은 모두 비슷한 경과를 겪으면서 죽어갔다. 두 사람은 핵 실험장 근처에서 촬영을 했고 그리고 암에 걸렸다.


「정복자」로케이션 팀은 60톤이나 되는 모래흙을 스노우 캐넌에서 헐리우드의 스튜디오로 운반했다. 이것은 단순한 모래흙이 아니라 30발의 원자탄 실험이 3년 동안 뿌려놓은 죽음의 재 바로 그것이었다.「정복자」의 추가촬영이 끝난 다음 그 모래흙은 어디로 갔는가. 모래흙은 헐리우드 일대에 적당히 뿌려졌으며, 당연한 이야기지만 현재도 그 일대에서는 방사능이 검출된다.


헐리우드에는 화려한 영화스타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명작을 만들어내 유명한 제작자, 시나리오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작곡가 등이 살고 있다. 그들은 간혹 [죽음의 재가 쌓여 있는] 로케이션장까지 영화스타들과 동행했으며 헐리우드의 스튜디오를 관리하기도 했다.


존 웨인만이 죽음의 재를 마시고 죽은 게 아니다. 네바다의 핵 실험장 부근에서 촬영 중 죽음의 재를 마시고 암에 걸려 사망한 유명한 배우 68명의 명단(‘헐리우드 왕가의 골짜기’ 명단)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과 함께 로케이션장에 갔던 제작자ㆍ각본가 등의 스텝들에서도 수 많은 암 사망자가 확인된다.


* 참고 자료=http://blog.ohmynews.com/gompd/163455



2. 사다코의 종이 학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었을 때 사다코는 네 살이었다. 원폭이 떨어진 바로 그 시각 사다코는 오빠 시게오와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에 있었다. 그곳에서 사다코는 잠결에 한 줄기의 섬광을 보았고 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것이 훗날 자신의 삶에 비극을 초래할 거라곤 자신은 물론이고 그 가족들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은 비록 전 재산을 잃었지만 가족이 모두 무사한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사다코는 힘든 자전거 릴레이 대회를 끝내고 이유도 모른 채 앓아눕는다. 그리고 그것이 10년 전에 원폭에 의한 후유증 때문임을 모두가 알게 된다.


사다코는 천 마리 종이학을 접어 소원을 빌면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오직 종이학 접기에 열중하지만 끝내 다 접지 못하고 열네 살의 짧은 삶을 마감한다.


이 사다코의 종이 학 이야기가 일본 전국에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렸다. 히로시마 평화공원 안에 사다코의 종이 학을 상징하는 동상이 있으니 꼭 견학하길 바란다.


3. ‘죽음의 재’는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위협한다


히로시마ㆍ나가사키의 원폭피해는 700~800렘의 방사선 피폭에 의하여 공동체 구성원 전원이 거의 한 달 이내에 죽거나 다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핵 지옥’을 연상케 하는 히로시마ㆍ나가사키의 상처가 미처 아물기도 전에 ‘비키니 섬의 비극’이 일어났다.


1977년에 유엔총회에 보고된 바로는 1976년까지 핵실험에 의하여 145메가톤 상당의 죽음의 재(방사성 낙진)가 뿌려졌다. ‘죽음의 재’가 유발한 암이나 유전 장애에 따른 사망은 2,000년까지 15만 명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핵실험은 이처럼 명백한 피해를 내고 있다. 그러나 1950년대 (미국의) 네바다 실험장에서의 핵실험에 의하여 인근 주민ㆍ군인의 백혈병이 늘어났다는 예를 제외하면, 그 대부분은 자연적인 발병과 뒤섞여 식별할 수 없는 상황이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의 ‘죽음의 재’도 틀림없이 방사능 양의 증가에 기여했을 것이다. 핵발전소에서 나온 ‘죽음의 재’의 피해는 원폭의 방사능에 못지않다. 또 원자로나 재처리 공장 및 (핵물질) 저장시설 등에 다량으로 축적된 방사능의 양은 지구를 방사능에 찌든 ‘죽음의 혹성’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양이다.



4. 북한 핵 문제와 생명평화


핵무기 앞에서 온 생명이 자유스럽지 못하다. 강남에 사는 부자이든 서울역 지하의 노숙자이든 핵에 의한 대량 학살(genocide) 앞에서 평등하다. 핵은 이승과 저승의 거리도 주지 않는다. 핵 앞에서의 삶과 죽음은 이렇게 밀착되어 있다. 죽은 목숨인지 산 목숨인지 알아차릴 수 없는 핵문명의 생활세계(Lebenswelt)에, ‘핵에 의한 죽음의 일상화’가 만연되어 있다. 이러한 만연 때문에 핵에 의한 죽음의 자각증세가 사라져, ‘핵에 의한 죽음의 불감증’이 심각한 정도에까지 이른다. 죽음의 경고가 일상화되면 죽음에 대하여 무감각해진다. 핵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핵보유선언 이후에 나타나는 남한 사회의 핵 불감증은, 이러한 ‘죽음에 대한 무감각’을 대변한다.


    1) 핵에 의한 ‘민족간의 상호 학살’ 일어날 수도


북한의 핵무기보유 선언은, 북한 당국이 미국에 역공을 가하려는 사생결단의 승부수이다. 그러나 이 승부수 역시 ‘민족간의 상호 학살<최악의 경우 북한의 핵무기가 남한의 민중을 죽이고, (북한의 핵공격을 되받아치는) 한・미 연합군의 핵무기가 북한 인민을 죽이는 민족간의 상호 학살>’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핵에 의한 민족간의 상호 학살’을 근원적으로 예방하는 방안을 남북공조로 논의해야 한다. 이러한 논의에서 우선되어야 할 것은 민족・민중・시민・인민의 생명 그리고 이들 생명의 먹이사슬에 놓여 있는 생명체(동식물)ㆍ 자연환경의 ‘살림’이다.


그러면 한반도의 인간ㆍ자연을 모두 파괴할지 모르는 북・미 핵 공방의 최악의 시나리오를 먼저 언급함으로써 논의를 촉발하고자 한다.


    2) 북・미 핵공방의 최악의 시나리오


주한미군 사령부는 이미(1990년대 초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대한 대응책을 검토하여 보고서로 만들었다. 이 보고서에는 북한의 핵개발을 막는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로 예방적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을 거론했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국제적 문제로 비화시켜 북한에 압력을 넣는 방법으로서 ‘예방적 폭격’을 전략적 위협수단(strategic bluffing)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 상원 군사위 소속 티모드 워드 의원(민주당)의 정책 보좌관 제프시브라이크 씨는 “북한이 국제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끝내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할 경우 예방폭격과 같은 시나리오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1981년에 있었던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에 대한 이스라엘의 예방폭격을 전례로 들었다.


    3) 북한 핵시설 파괴에 따른 피해의 규모(한국군의 비밀 보고서)


1998년 북한 대포동 미사일 발사와 1999년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 등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됐을 당시, 한국군 당국이 영변 핵시설을 공습 등으로 파괴했을 경우의 예상 피해 범위를 전문기관들에 비밀리에 의뢰해 모의실험(시뮬레이션)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모의실험 결과 우선 영변의 8메가와트(열 출력) 연구용 원자로와 5메가와트(전기출력) 실험용 원자로 등 2개의 원자로가 공습 등으로 완전 가동중 동시에 파괴됐을 경우 사람들이 방사선으로 입는 피폭 피해범위는 최대 500∼1,400 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변 핵시설 반경 10∼50 킬로미터 내에 있는 사람들은 2개월 내 80∼100%가 사망하며, 30∼80킬로미터 지역은 20% 정도만이 생존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은 영변에서 250킬로미터 떨어져 있어 직접적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영변에서 400∼1,400 킬로미터 떨어진 지역도 방사선 선량이 5렘(rem)으로 국제 방사선 연간 피폭 허용 권고치의 10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또 파괴 후 5년 뒤까지도 반경 700킬로미터 지역이 방사능 오염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개의 원자로 외에 재처리 시설, 핵폐기물 저장시설 등 영변의 모든 핵시설이 함께 파괴될 경우 피해는 더 커져 반경 50킬로미터 이내 주민의 25%가 수 시간 내 사망하고 한반도 전역의 토양오염이 5∼10년간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 범위는 파괴 당시의 풍향・풍속 등 기상조건, 원자로 가동상태, 파괴 수준에 따라 차이가 크다.


    4)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의 조사 결과


‘콘 플랜 8022’ 작전 계획에 따라 미국이 ‘땅속을 관통하는 핵무기(RNEP: 벙커 버스터 핵무기)’를 북한・이란의 핵시설에 사용할 경우, 수백만의 사람들이 사망하고 미군 병사・주변 지역의 수백만 명이 급성・만성 장해를 입을 것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IPPNW(핵전쟁방지 국제 의사회)의 미국 가맹 조직인 ‘사회적 책임을 위한 의사’가 위와 같은 조사결과를 밝히면서 RNEP의 개발에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RNEP는 땅속 깊이 있는 표적을 파괴하는 능력을 가진 핵무기이다.


북한의 영변에 있는 플루토늄 제조시설이나 이란의 이스파한에 있는 핵저장 시설에 RNEP를 투하할 경우를 상정한 펜타곤의 모의실험 결과는 다음과 같다: ① 영변에 RNEP를 투하한 뒤 40시간 이내에 50만 명이 즉사하고 방사성 물질이 일본에까지 도달하여 5백만 명이 피폭(被爆) 당하며 ② 이란의 이스파한에 RNEP가 떨어지면 48시간 이내에 3백만 명이 즉사하고 방사성 물질이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인도까지 날아간다.


    5) 미국의 반핵단체인 ‘천연자원 보호협회’의 보고


미국의 반핵단체인 천연자원 보호협회(NRDC)는 영변이 아닌, 북한 해・공군 기지 등 군사시설을 미국이 핵무기로 공격했을 경우 북한 주민 25∼135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한 적이 있다.


    6)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이 경우는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현재의 단계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더라도 그것을 대륙간 탄도탄을 이용하여 발사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그러나 미국이 1945년 8월 전투기(전폭기)에 핵무기를 싣고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핵폭탄을 투하한 것과 같은 작전을 고려할 수 있겠다. 그럴 경우 핵폭탄을 실은 북한의 전투기(전폭기)가 격납고에서 나오자마자 미국의 선제공격을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핵무기가 북한 땅에서 폭발하게 되어 북한 지역을 중심으로 제2의 체르노빌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전투기가 활주로를 떠나는 데 성공한다면 남한 땅을 향할 것이다. 이 경우도 두 가지 사태가 예상되는데, 남한 땅을 향하는 도중에 한・미 연합군의 미사일에 명중될 때 방사능[죽음의 재]이 DMZ 상공에 뿌려질 것이다. 이와 달리 북한의 전투기가 서울을 폭격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은 제2의 히로시마・나가사키가 되어 남한 사회가 파멸될 것이다.


남한 사회의 총체적인 파멸이 어떻게 이루어질지 미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메가톤의 핵무기가 서울의 명동에 떨어질 경우 ① 경복궁・성균관대학・서울역 등 반경 2.4킬로미터 이내 지역이 완파되고 모든 사람이 죽는다. ② 신촌・용산・왕십리 등 반경 4.6킬로미터까지의 시민의 절반이 죽고, 살아 남아도 3도 이상의 화상을 입는다. ③ 반경 6.9킬로미터까지 인구의 50%가 즉사, 40%가 재기불능의 외상을 입으며 은평구・여의도・도봉구・
청량리까지가 포함된다. ④ 그 밖의 지역도 6.9킬로미터 이내와 같은 피해를 입는다.


그런데 요즈음 핵탄두 하나에 거의 수십 메가톤을 장전하므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따라서 20메가톤의 핵폭탄이 서울 명동에 떨어진다고 가정하면 서울대학교・가리봉동・김포공항은 물론 경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보아야 하며 비록 1메가톤일지라도 3만 3천 제곱 킬로미터의 지역에서 적어도 1주일간은 사람이 생활할 수 없으며 북한 지역도 예외일 수 없다. 따라서 핵폭발 앞에서 남・북의 분단장벽도 이념의 차별도 정치제도의 차이도 따질 겨를이 없다. 물론 핵폭발에 동반하여 일어나는 방사능 낙진이 일본・중국・러시아로 번져 동아시아에 ‘핵의 쓰나미’ 현상이 생길 것이다.



5. NPR과 핵무기 신앙


동아시아의 ‘핵 쓰나미’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① 한반도 주변의 핵 강대국들(미국ㆍ러시아ㆍ중국)의 핵전략 수정ㆍ폐기 ② 핵전략과 관련이 있는 군사동맹(한미동맹, 미일동맹 등)의 해체 ③ 동아시아의 비핵지대화가 이룩되어야한다. 이러한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가장 모범을 보여야할 나라는 미국이며(물론 러시아ㆍ중국도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야한다), NPR과 같은 미국의 핵전략이 폐기되지 않으면 안된다.
 

부시 정권은 기독교 근본주의(원리주의) 세력의 지척에 있는 네오콘(Neo Con: 신보수주의자들)과 함께 악의 축 국가들을 섬멸하는 핵전략인 NPR(Nuclear Posture Review; 핵태세 수정보고)을 마련했다.


NPR은 ‘핵무기를 통한 아마겟돈 전쟁을 대망하는 핵전쟁 대망론자들’의 작품인데, 핵전쟁 대망론자들은 기독교 근본주의 세력ㆍ핵 軍産複合體(핵무기 군수산업계)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미국의 기독교 근본주의(원리주의) 세력은, 요한 계시록 16장 16절(“그 세 영은 히브리 말로 아마겟돈이라고 하는 곳으로 왕들을 모았습니다”)에 따른 아마겟돈(세계 최종전쟁)의 일환으로 북한과 같은 사탄(악의 축 국가들)에 대한 아마겟돈 핵전쟁을 전개해야한다며 NPR이라는 핵전력을 수립했다.


이와 같은 핵전쟁 아마겟돈에 심취한 레이건이 핵군비확장(SDI; 별들의 전쟁)에 열을 올렸고, 그의 제자인 부시 대통령이 네오콘 세력과 손을 잡고 북한에 대한 핵전쟁 아마겟돈을 NPR의 이름으로 시도했다. 그런데 이러한 NPR을 오바마 정권이 대폭 수정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하여, NPR의 독성(毒性)은 지속될 것같다.


오바마가 주창하고 있는 ‘핵무기 없는 세계’를 실현하기 위해, NPR의 대폭 수정→미국의 한국ㆍ일본에 대한 핵우산 제공 중단→북한과의 통큰 협상이나 6자회담을 통한 북한 핵 폐기로 나아가야한다. 그런데 오바마 정권은, (네오콘ㆍ핵전쟁 대망론자ㆍ핵 전쟁 아마겟돈 주의자들의 젖줄인) 군ㆍ산복합체(military industrial complex)를 제압하거나 설득하여 NPR을 대폭 수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 오바마 정권이 NPR 전략ㆍ핵우산 정책(미국의 일본ㆍ한국에 대한 핵우산 제공. 한미동맹ㆍ미일동맹과 핵우산 정책의 관련성)을 대폭 수정하지 않는 한, 북한이 핵개발 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난국을 해결하려면 미국의 일본ㆍ한국에 대한 핵우산 정책과 북한의 핵개발 정책을 ‘말 對 말/ 행동 對 행동’의 방식으로 동시 폐기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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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는 평화 활동가이다.
* 위의 글은, {알암(謁巖) 명노근 선생 기념 사업회}가 2010년 1월 14일 광주 YMCA 백제관에서 개최한 [알암(謁巖) 명노근 선생 10주기 추모 예배 및 기념 강연회]에서 필자가 기념강연한 내용이다.